‘세계적 척도라는 미터법도 영국을 넘지 못했다’
유럽의회는 16일 표결을 통해 영국의 경우 앞으로도 마일, 파인트(맥주 판매 단위, 약 0.57ℓ)와 같은 전통적인 단위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유럽연합(EU)은 지난 95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미터법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2010년 1월부터는 한시적인 예외를 뒀던 영국도 이 규정에 따르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럽집행위원회가 마일이나 파인트 대신 영국이 킬로미터나 리터를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음을 인정했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17일 전했다.
영국이 내년까지만 현재와 같이 미터법과 전통 계량단위를 병행하도록 하겠다는 EU의 ‘데드라인’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파인트 단위로 맥주를 마시던 영국의 주당들도 불황 속에 모처럼 반색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영국의 캐롤린 플린트 유럽장관은 “상식의 승리”라면서 “이로써 EU가 (영국) 업계와 소비자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한 치수에 모든 것을 맞추려는 방식을 영국에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국가단위를 책임진 존 데넘 혁신·대학·기술부 장관은 유럽의회 투표 후 “영국인들에 가장 친숙한 파인트와 마일 단위를 유지하고 이를 미터법과 병행 표기하는 것이 영국의 권리임을 강력 주장했다”며 “EU 집행위의 지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터법 단일화 논쟁이 이는 동안 영국에서는 파운드나 온스 등 전통적인 단위를 고집하다 처벌을 받는 ‘미터법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