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살림만 해온 주부 박모(49)씨는 얼마 전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올 3분기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로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수입이 떨어지자 고민 끝에 학원에 등록했고, 2개월 동안 매일 수업을 듣고 실습까지 마친 끝에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다. 박씨는 “남편이 내색은 안 해도 힘들어 하는데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면서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약간의 돈이라도 생활비에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월 회비 10만원인 동네 헬스장에서 만나 친해진 주부 김모(47·성남시 수정구)씨 등 6명의 ‘수다클럽’ 멤버들은 지난달부터 성남 중원구에 있는 양말공장에 나가고 있다. 시급 5000원으로 한 달에 50만원을 받지만 헬스장을 안 가기 때문에 실수입 효과는 60만원이다. 김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 버는 돈은 많지 않지만 자녀들 대학 보내고 자유시간에 생산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가계에 불어닥친 위기 극복을 위해 주부들이 생업전선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전체적으로는 신규 고용이 줄고 있지만 30대 이상 여성들의 취업만 증가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불황기에 ‘아줌마의 힘’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여성 취업자수는 지난 8월 214만 1천명에서 11월 219만 7천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40대 여성은 264만 8000명에서 270만 6천명으로, 50대 여성은 172만 8천명에서 178만 4천명으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60세 이상의 여성 취업자도 116만 9천명에서 120만 8천명으로 늘었다. 특히 40대 여성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2381만 6천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11.36%로 50대 남성(11.14%), 20대 남성(7.71%)을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전체 여성 취업자(1천만 6천명)의 70.21%가 비정규직이거나 고정적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연구소 송명희 박사는 “사회경험이 없던 주부들의 경우 유사수신행위, 취업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일을 구하다 보면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 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