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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깊이 생각해보면 모두가 사랑인 것을…
코리안위클리  2003/03/20, 03:32:45   
김은혁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시인, 칼럼니스트

1.
봄입니다.
어느새 화사한 벚꽃의 잔치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았지만 계절을 알리는 손짓으로 화사한 꽃잎들이 조금은 거친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변하는 것들… 혹시 심심한 3월을 보내시나요?
스쳐 지나지 말고 지긋이 바라보세요.
늘 지나는 길… 늘 가는 식당… 늘 보던 사람…
어딘가 달라져 있는 걸 확인해 보세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을 눈치 채셨나요?
그래요 봄입니다.




2.
재능이 뛰어나고 출중한 미모를 지닌 여류 화가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평론가가 “그녀 작품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일으킨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고 신문비평을 썼습니다. 여류화가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세밀하게 뜯어봤습니다. 그리고 깊이란 것을 끝없이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그녀 작품은 나쁘지는 않은데 깊이가 없다”고 동조를 했습니다. 마침내 그녀도 자신의 작품에 회의를 품고 자신을 학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깊이가 없을까’란 물음이 ‘맞아, 나는 깊이가 없어’라는 체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녀는 깊이를 찾아 방황을 했지만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젊은 여인은 순식간에 영혼과 육체가 피폐해갔습니다. 알코올과 약물복용으로 빠르게 늙어갔습니다. 몸에서 역한 냄새가 났습니다. 여인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갈기갈기 찢었습니다. 바람 부는 날, 텔레비전 송신탑에 올라가 뛰어내렸습니다. 여인은 전나무 숲속에 떨어져 즉사했습니다.
그러자 스캔들을 보면 환장하는 대중지들이 몰려가 그의 죽음과 주검을 샅샅이 핥았습니다. 그녀에게 깊이가 없다는 비평을 했던 평론가는 그의 치열한 삶과 작품의 깊이를 예찬했습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짧은 소설 <깊이에의 강요>의 줄거리입니다.
한 예술가가 ‘깊이가 없는 평론에 상처를 입고, 깊이를 고민하다, 깊이를 찾아 번민하고, 그 깊이에 가위눌려, 깊이 속에 침몰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깊이란 무엇인가? 깊이 있음과 없음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걸 누가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습니까? 말과 글의 폭력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또 여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형성되어 유포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글입니다. 참으로 통렬한 풍자입니다.
알게 모르게 말과 글의 테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벼움이 가벼움을 꾸짖고 있습니다. 우리 편이 아니면 아무에게나 침을 뱉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생각 없이 무심코 던진 말에 다른 사람이 치명적 상처를 입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봄이 각별히 필요한 때입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너무 웃자라 불편하거나 쓸모 없게 된 나무가 있을 경우 톱이나 칼로 잘라 버리는 게 아니라 온 부락민들이 모여 그 나무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른다고 합니다. 예컨대. “너는 살 가치가 없어!”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 “너는 왜 그렇게 사니?” “차라리 죽어버려라” 등 이렇게 나무가 들어서 아파할 말을 계속하면 정말 나무가 시들시들 말라 죽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고개가 끄덕여 지는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마음으로라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말과 생각을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깊이 생각해보면 모두가 사랑인 것을….

3.
어느 선교사가 아프리카에서 물살이 빠르고 다리가 없는 시내를 건너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물을 건널 때 빠르고 센 물살에 발이 휩쓸려 떠내려가거나 바위에 부딪혀 죽게 되는 위험이 따랐습니다. 선교사는 원주민들에게서 이 물을 건너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무거운 돌을 등에 지고 물을 건너가는 것이었습니다. 돌의 무게가 그의 발을 시내의 바닥에 단단하게 유지해 주어서 휩쓸리지 않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스러운 시내와 같은 세상을 사는 동안 빠른 물살과 같은 어려움들이 항상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합니다. 그때 짊어질 무거운 짐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무거운 짐이 되긴 하지만 우리가 넘어져 휩쓸려 가지 않도록 해줍니다.

한 폴란드의 군주가 사냥하다가 그의 일행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의 부하들은 며칠 후 시장에서 짐꾼이 되어 버린 그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불과 몇 페니를 위하여 짐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무척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그 짐꾼이 정말로 그들의 군주인지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그렇게 귀한 분이 그런 천한 일을 해서 자신을 그렇게 비천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군주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는 말했습니다.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내가 있었던 세계의 짐에 비교하면 단지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나흘 밤을 지내는 동안 전보다 더 많이 잠을 잤다. 나는 비로소 진정한 삶을 시작했으며 내 자신의 왕이 되었다. 이렇게도 내가 잘 있는데 궁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 팀의 러시아 과학자들이 편안한 인생이 생명을 단축시키는가, 연장시키는 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물의 수명에 대하여 일련의 실험이 있었다. 어떤 동물들은 이상적인 생활조건을 부여받았다. 즉, 조용하고 상쾌한 공기, 많은 음식, 그리고 아무 방해도 없었다. 놀고 싶을 때 놀고 잠자고 싶을 때 자고 동물들의 털은 윤이 나기 시작하였다.
또 한 그룹의 동물들은 걱정과 기쁨이 포함된 조건에 놓여졌으며 온갖 종류의 방해와 놀라운 일들이 주어졌다.”
연구자들은 먼저 병들어 죽는 동물이 앞의 이상적으로 보이는 조건에 있던 것들이란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삶에는 알맞는 짐이 필요합니다. 혹시 자신에게 지어진 무거운 짐 때문에 낙심하고 불평하시는 분들이 계십니까? 그 짐이 당신을 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4.
탁자 위에 꽃혀 있는 아직 채 피지도 않은 작은 꽃들을 바라보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꽃이 있는 집과 꽃이 없는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도 꽃을 안거나 들고 가는 사람을 보면 그 신분이 어떻든 간에 친밀감이 갑니다. 그 사람의 꽃다운 마음씨가 엿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릇 사람의 심정은 이슬방울 같은 작은 일들 속에서 그 아침빛을 보며 새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말입니다.
봄입니다. 새 봄입니다. 지금 생각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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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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