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 전, 엄마와 헤어지고 아동 보육시설 ‘상록보육원(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들어온 7세 동훈(남·가명)이는 아직도 엄마가 자기를 곧 데리러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혼 후 혼자 식당 주방 보조 일을 하던 엄마는 동훈이 손을 잡고 지난봄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가면서, “여섯 밤만 자고 나면 데리러 올게“라고 말했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는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이들을 국내외 입양기관이나 보육원에 배치하기 전에 최장 6개월까지 맡아두는 임시 보호소다. 부청하(64) 원장은 “예년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한 해에 2~3명 들어 올까 말까 했는데 올해에는 9월 이후 벌써 7명이나 새로 들어왔다. 이런 일은 IMF 이후 처음 겪는다”고 했다. ‘고아 아닌 고아’가 생기는 이유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최근 더 악화된 경제난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서울시아동복지센터 아동상담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아동 양육 위탁 전화상담이 끊임없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돈이 없어서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정을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두 달 전 센터를 찾은 한 40대 여성도 3세짜리 딸을 맡겼다. 남편 없이 홀로 가사도우미로 일하다가 요새 경제 상황이 안 좋아 그나마도 일감이 떨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식당 보조를 하며 월 24만원 쪽방에서 지냈는데 최근엔 쪽방까지 만원이 돼 딸과 함께 머무르기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다. 올해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 “아이를 맡기겠다”고 문의한 보호자 401명 중에는 ‘이혼·가출·복역’ 등의 이유가 168명, 생활고 36명, 미혼모 33명 등이었다. 아이를 양육기관에 맡긴 부모는 대개 다시 자녀를 찾으러 오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연락하지도 않기 때문에 일단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는 진짜 고아가 돼 버리는 상황이다.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양육기관에 맡겨진 아이들의 수는 외환 위기 사태 직후인 1998년 1만7820명으로, 1997년 1만6936명에 비해 반짝 늘어났다가 2005년(1만9151명) 이후로 2006년(1만8817명), 2007년 (1만8426명) 연속해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양육기관의 아이들 수가 다시 늘어났다. 상반기(6월 30일까지) 집계된 수치를 보면 작년보다 250여 명이 증가한 걸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