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복회 계주 윤모씨 평소 계원들에게 “‘검은돈 세탁’ 경찰 절대 수사 못한다”
강남에서 대형 식당을 운영했던 윤씨는 2002년 6월 15일 계 모임을 만들었다. 윤씨는 2004년 5월 초 계 이름을 다복회로 지은 뒤 번호계, 낙찰계 방식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강남 지역 부유층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계원은 300여 명으로 불어났다. 계원들은 매달 100만~2500만원의 곗돈을 냈다. 윤씨는 지난해 5월 23일부터 올 9월 20일까지 매월 100만∼2500만원의 곗돈을 전달받고도 만기일에 계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모두 15억3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계원 2명으로부터 고소당했다. 강남 귀족계인 ‘다복회’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 부인 및 친인척 20여명이 가입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정치자금형성, 세금탈루 등 ‘자금세탁’의 목적으로 계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서울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들은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대부분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이나 친인척 이름으로 계원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에 따르면 계주인 윤모(51)씨는 평소 계원들에게 “다복회는 검은 돈이 흘러들고 빠져나가는 자금세탁 공장이기 때문에 경찰이 절대 수사하지 못한다”고 말해왔다고 다수의 계원들은 주장했다. 다복회 문건 등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4명, 정치인 2명, 경찰간부 1명, 법조계 3명, 재벌가 5명, 장성·영관급 장교 3명의 부인 등 20여명이 포함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윤씨의 컴퓨터에 저장된 계원 명단, 핵심 계원이 계원들을 상대로 파악한 뒤 작성한 명단, 다복회 추진위원 핵심 계원·관리자 명단 등 A4 용지 18장 분량의 문건에는 290명의 계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간략한 인적 사항, 떼인 금액 등이 적혀 있다. 또 초창기 핵심 계원과 다복회 회생 추진위원, 다복회 관리자 이름, 윤씨의 가족관계 및 인적사항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실제 곗돈이 정치 로비자금과 연루된 흔적도 리스트에 나타나 있다. 현직 다선의원인 L씨의 사돈인 S씨의 이름 옆에는 OOO당 정치자금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주 윤모(51)씨가 계원들의 곗돈으로 철강회사를 인수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인 임윤태 변호사는 17일 “윤씨가 무일푼으로 계를 조직해 주식회사인 음식점과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으며 최근에는 지방의 모 철강회사까지 인수하려고 중도금까지 지급했던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와 같이 윤씨의 무리한 사업확장 시도가 다복회 파탄의 근본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윤씨가 여러 계의 계주 역할을 하며 ‘돌려막기’를 통해 다복회의 자금난을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윤씨는 여러 계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지난 10월 13일 계원 국모 씨에게 지급할 곗돈 1억9000만여원을 다른 계의 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돌려막기’ 수법으로 계를 운영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윤씨가 다복회를 운영할 능력과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앙일보
‘다복회’ 연 이자 55%... ‘시중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에 모여들어
계주 윤모(51ㆍ여ㆍ구속)씨는 시중 금리보다 7배나 높은 연 55%의 고금리를 약속, 계원들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윤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윤씨가 2,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조성하고 운용한 방법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가입 경로로만 따지면 500여명의 회원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지만, 가입 목적은 모두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다복회 회원은 ▷2001년 이전부터 윤씨와 친분이 있는 사람 ▷공신력을 높이려고 윤씨가 영입한 고위공직자ㆍ연예인 ▷제3자 소개로 가입한 중산층 회원 등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고수익을 노리고 거액을 맡겼다는 것이다. 지인 소개로 가입한 박모(여)씨는 “윤씨는 ‘13개월간 매월 500만원을 내면 1억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연예인과 유력자들이 회원이라고 하고, 연간 수익률이 55%에 달한다는데 가입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5년 이상 윤씨 계의 회원이었던 김모(여)씨는 “계원 모두 매년 고율 배당을 해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계가 깨지는 바람에 1억2,000만원을 손해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매년 30~40% 수익률을 보장해줘서 회원 모두 계주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가장 적은 액수를 써낸 사람이 곗돈을 타가는 낙찰계 방식으로 운영, 여유자금을 맡긴 회원에게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었다. 또 잉여 자금을 사채와 중국ㆍ동남아 등 해외 부동산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피해자는 “다복회 회원 가운데 2~3명은 강남의 대형 룸살롱 소유자”라며 “윤씨가 이들을 통해 고리 사채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최근 열린 대책회의에서 ‘윤씨가 중국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고위험-고수익’ 투자행태는 7월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경기 악화로 이미 돈을 탄 회원이 곗돈을 내지 않고, 사채 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북지역에서 유명 학원을 운영하는 노모씨는 “9월말 1억원을 탈 예정이었으나 ‘두 달만 더 맡기면 크게 불려주겠다’는 말만 믿었다가 더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다복회 피해자 110여명의 의뢰를 받아 고소를 준비 중인 임윤태 변호사는 “입금기록 등 증거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의뢰한 계원들의 피해규모는 최소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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