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7일 발표한 공기업ㆍ국가보조금 비리 관련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30여개 공기업에서 각종 비리를 밝혀내 82명을 구속 기소하고 16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국가보조금 비리와 관련해서는 120건을 적발해 80명을 구속 기소, 333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870억여원의 부당 지급·유용 사례를 찾아냈다.
◇ 공기업 비리 유형 = 검찰은 아파트 인허가 편의 제공 명목으로 3천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토지공사 이사 유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유씨는 특히 자신의 방 침대 밑에 2천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양복 티켓을 ‘꽁꽁’ 숨겨놓았다가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발됐다. 또 공사 수주 대가로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중부발전 박모 처장은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압수수색 전날까지 금품을 받은 뒤 화장실 천장에 숨겨놓았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공기업 임ㆍ직원의 가족이 동시에 이권에 개입된 경우도 있었다. 전 토지공사 사장 아들인 김모(구속 기소)씨는 공사 수주 알선 대가로 4천500만원을 받는 등 아버지의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받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김승광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에너지절약 업체인 케너텍에 투자하는 대가로 주식 3만주(7천600만원 상당)를 받았다 구속 기소됐고 아들 역시 대구지역 주상복합건물 신축 관련 대출 과정에서 1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강원랜드 전 본부장은 호텔 증축 공사 발주와 관련해 7억원을 받은 혐의로, 전 팀장은 열병합발전 설비 공사 발주 대가로 8천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돈을 받는 데는 위ㆍ아래가 따로 없는 경우도 드러났다.
◇ 국가보조금 비리 사례 = 국가 보조금은 ‘눈먼 돈’이란 인식하에 국고를 낭비한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인천지검은 허위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4천만∼4억5천만원의 정부출연금을 받은 뒤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유용한 7개 업체를 적발해 7명을 구속 기소했다. 연매출 규모가 5천억원을 넘는 중견 자동차부품 생산 업체는 이미 실패한 기술을 신기술인 것처럼 속여 정부출연금 4억원을 타내 개인 세금 납부 등에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수원지검은 산업기술개발 정부출연금을 받고 나서 폐업하는 방식으로 환수 의무를 면책받아 4억∼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0개 기업 관계자 7명을 구속 기소했다. 연구 인력을 고용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고 고용지원금을 가로채거나 재취업 사실을 숨긴 채 실업급여를 받는 등 고용촉진 장려금을 유용한 사례도 있었다. 또 ▲환경ㆍ시민단체 보조금 ▲문화재 관련 보조금 ▲요양의료기관 등 복지단체 보조금 ▲지역개발사업 보조금 ▲유류 보조금 등도 상당부분 새는 것으로 이번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밖에 노숙자 쉼터 등을 조직해 전국 규모 봉사단체로 육성함으로써 명망이 높았던 한 목사는 후원금 2억6천여만원을 횡령해 아들의 대학 등록금과 자신의 연금보험료 등에 사용했다 적발돼 구속 기소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