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소에 문의 늘어…가격하락에 환율급등 겹쳐 30 ~ 50% 싸져# 1. 미국 미시간주에서 대형 세탁소를 운영하는 서 모씨. 사업에 성공해 상당한 현찰을 손에 쥐고 있는 그는 최근 미국 증시와 부동산이 급락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국내 부동산에 눈을 돌렸다. 그는 대치동 쪽 중대형 아파트에 관심이 있다.
그가 지금 20억원에 도곡 렉슬 142㎡ C형을 산다면 142만달러 정도가 든다. 반면 지난해 가을 시세가 23억원을 오르내릴 때 샀다면 253만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서씨는 “어차피 노후에는 한국에 들어가 살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강남 일대 아파트를 미리 구입해 두려 한다”며 “최근 가격이 떨어진 데다 달러화 대비 원화값도 크게 하락하면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고 전했다.
# 2. 일본에서 기업 주재원으로 일하는 A씨는 얼마 전 서울 강남 한 부동산에 아파트 매물을 알아봐줄 것을 부탁했다.
내년에 예정된 귀국을 앞두고 살 집을 미리 장만해 놓기 위해서였다. 작년만 해도 강남 아파트 매입은 언감생심. 하지만 올해 들어 가격이 10~20% 정도 떨어진 데다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매입 단가가 크게 낮아져 매수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그가 눈여겨 봤던 단지는 삼성동 래미안 1차 112㎡(34평). 지난해 이맘때 시세는 12억500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11억~11억5000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이 집을 지난해 이맘때 샀다면 1억5735만엔 정도 들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7606만~7952만엔 정도면 매입할 수 있다. 절반 수준이다. A씨는 “대출을 감안해도 30~40% 정도는 싸게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라며 “다른 강남 아파트들도 다 살펴보고 좀 더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느긋하게 골라보겠다”고 말했다.
국외 거주 한인들이 국내 부동산, 특히 강남 아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매수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문의는 조금씩 늘고 있다.
서울 역삼동 P공인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거나 기업체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사람들이 도곡동이나 역삼동 일대 중대형 아파트 가격을 문의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재외 한인들이 강남 부동산에 관심을 돌리는 것은 최근 급등한 환율과 강남 중대형 아파트 가격 약세 때문이다.
달러와 엔, 위안 등이 지난 1년 사이 50~70%가량 급등한 반면 아파트 값은 10~20% 정도 떨어지면서 최소 30~40%, 최고 5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많지는 않지만 강남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국외 거주 한인들이 늘고 있다”며 “당분간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매입 시기는 좀 더 저울질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물론 당장 재외 한인 자금이 국내 부동산으로 대거 몰릴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가격 메리트는 분명히 있지만 국내 부동산시장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선뜻 투자할 수 있는 수요층은 한정돼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이 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강남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 최근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포 중에서 강남에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아 달라고 부탁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