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BBC방송은 휴대전화와 e-메일을 통한 문자메시지 교환이 확산하면서 언어·문법 파괴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특히 휴대전화 같이 제한된 공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담으려다 보니 소리나는 대로 적거나 줄여쓰는 속기식 문자메시지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BBC는 13세짜리 스코틀랜드 소녀가 학교에 속기로 된 에세이를 제출하면서 이를 보고 놀란 교사에게 `이것이 표준 영어보다 더 쉽다’고 설명했다는 실제 사례를 전했다.
이 소녀의 에세이 중 단어축약 및 도형활용 사례를 보면, summer→ smmr, before→b4, to go to→2go2, screaming→:-, face to face→FTF 등이며, `I love New York’이란 4어절로 구성된 문장은 아예 `ILNY’로 단 1어절로 압축됐다.
소녀의 에세이를 받아본 교사는 “내가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놀라면서 “페이지마다 상형문자들로 가득차 있으며, 본문 내용을 거의 번역조차 할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언어의 축약현상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이같은 언어의 축약현상이 단순한 문자메시지에서 그치지 않고 광고문구와 시·소설 등 문학 작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BBC는 영국 대학생들의 영작과제물을 소개하며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명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을 2b or not 2b thats…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는 w8ing 4 go.로 줄여쓰고 있으며 `주기도문’(The Lord’s Prayer)이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표시될 정도로 압축되는 사례도 소개했다.
방송은 문자 메시지와 e-메일 및 컴퓨터 등이 그동안 표준 철자법·문법을 망가뜨려온 주범으로 지목돼왔다고 전하면서 한 사전 출판업자의 말을 인용, 대학생들의 영작능력이 ‘위기 수준’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