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지난 7월 백인 남편을 둔 한 백인 여성이 시험관수정을 통해 흑백 혼혈 쌍둥이를 낳아 파란을 일으킨 가운데 지난달 26일 쌍둥이의 ‘법적아버지’는 정자의 주인인 흑인 남성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국 고등법원의 엘리자베스 버틀러 슬로스 판사는 국내의 수정법(fertilisation law)에 따라 법원에서 ‘B’로만 불리는 흑인 남성이 쌍둥이들의 법적인 아버지이며 백인 여성의 남편인 ‘A’는 사회적, 심리적인 아버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사흘간의 심리 끝에 이날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놓은 슬로스 판사는 지난해 8월에도 백인 여성은 쌍둥이의 생물학적 어머니이지만 백인 남편은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의료기관의 대실수로 빚어진 이같은 소동은 잉글랜드 북부의 국민건강보험(NHS)산하 병원인 리즈 제너럴부속진료소(LGI)의 수태 지원센터에서 시험관 수정도중 착오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슬로스 판사는 앞서 지적한 바 있다.
이 흑인남성의 정자가 병원측의 실수로 ‘미시즈 A’로 불리는 백인 여성의 난자와 결합해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의 시험관 수정 시술 부부들이 유사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정부는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했었다.
영국에는 현재 이들처럼 IVF(체외수정)식 불임 치료를 받는 부부가 연간 2만 7천쌍에 달하고 있다.
IVF는 실험관 속에서 정자와 난자를 결합시켜 배란으로 유도한뒤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