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이 차례상 풍속도를 바꿔 놓고 있다. 햇과일 출하 시기에 앞선 추석 때문에 제수용 과일 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차례상 단골 메뉴인 부사와 단감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 이곳에서 파는 사과는 5㎏짜리 한 상자가 3만원 이상이다. 지난해보다 1만원 정도 올랐다. 부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추석이 지난해보다 10일 일찍 찾아왔기 때문이다. 부사의 수확 시기는 일반적으로 9월 말이다.
강서청과 심승창 대리는 “아직 부사는 출하되지 않고 있다. 홍옥·홍로·추광 정도의 사과밖에 없는데 이도 양이 별로 없어 과일 값이 폭등했다”고 말했다.
단감도 나오지 않았다. 노지 햇단감의 출하 시기는 9월 중하순이다. 중앙시장에서 30년 넘게 과일장사를 해 온 전금자(63·여)씨는 “불경기에다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오는 바람에 과일 값이 올라 손님이 한산하다”며 연방 과일의 먼지만 털어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8월 29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4인 가족 기준 추석 상차림에 드는 비용은 17만4000원대다. 지난해 같은 기준으로 조사한 비용(16만8000원)보다 3%가량 늘었다. 유통 업체별로 가격 차이도 컸다. 주부클럽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화점 물건으로만 상을 차리면 23만원이 넘게 들지만 재래시장 물건만으로 차리면 14만원가량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중앙시장을 찾은 정종철(58·서울 중구 금호동)씨는 “과일 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전체적으로 물가가 다 오른 것 같 다. 물가가 오른 만큼 추석 상의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늦더위는 주부들의 추석 차례상 마련 풍속도를 바꿔 놓고 있다. 지난해 등에는 추석 3~4일 전부터 차례상을 준비하던 주부가 많았으나 올해는 1~2일 전에 준비하겠다는 주부가 늘고 있다. 김산옥(61·성동구 행당 1동)씨는 “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차례 음식이 상할 가능성이 있다. 추석 직전에 음식을 장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