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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의 대영여행사. 창문 셔터가 내려진 채 입구가 닫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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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신용카드로 상습적 ‘돌려 막기’ … 유학생·교우 피해 눈덩이 뉴몰든에서 영업하던 대영여행사가 지난 26일부터 사무실이 굳게 닫힌 채 연락이 끊어졌다.
항공권 판매를 전문으로 하던 이 여행사는 △주로 한인 고객들에게 받은 비행기표 예약금과 선불 △고객에게 돌려 줘야 할 환불액 △항공권 거래를 하던 도·소매 여행사 외상대금 △개인적 친분으로 빌린 돈 등 큰 금전적 피해를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장 부부 증발? 대영여행사 김모(49) 사장과 부인은 1주일 넘도록 보이지 않고 있다. 잠적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주 26일(화)부터 였다. 25일(월)은 월요일이었으나 뱅크홀리데이였다.
대영여행사를 통해 표를 구입한 사람들이 ‘22일(금)부터~25일 사이 공항에 나가 비행기를 타려 했으나 카운터로부터 예약이나 발권이 없다’는 황당무계한 소식을 들은 후 절망감과 분노로 대영에 연락을 했으나 아무 응답도 없었다.
연휴 이후 첫 정상 근무가 이뤄진 26일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 갔으나 문이 굳게 닫힌 채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 전화나 휴대 전화도 연결되지 않아 열도 받고 짜증도 났다.
피해자 계속 늘어 선불을 내고 예약 했던 사람들이 비행기를 못 타는 사태가 계속되면서 피해자는 늘고 있다. Yorkshire에 산다는 영국인도 지난 주 본지에 전화를 걸어 “돈은 내 구좌에서 빠져 나갔는데 발권 하기 위해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무슨 일이냐? 어떻게 연락하면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주영대사관도 피해자들로부터 지난 주부터 20여 건의 피해제보 전화를 계속 받고 있다. 안영집 총영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고를 접수·정리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으며 관할 Kingston 경찰서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사건 해결을 위해 긴밀한 연락을 취할 것이다”고 밝혔다.
본지에 전화를 건 모 한인은 “환불액 £1,600을 받기 위해 수 차례 전화 통화와 방문을 했으나 김 사장이 계속 미루면서 26일에 꼭 주겠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교우 피해 김 사장 부부는 모 한인교회(개신교)에 출석했으며 성가대장·구역장 등 직책을 맡아 ‘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러 교회의 연합 모임에도 참석해 얼굴을 보이는 등 열성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큰 돈이든 적은 돈이든 ‘집사님의 돈 요청을 거절하기 곤란한 점을 잘 알았는지’ 가리지 않고 교우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빌린 것으로 보인다.
A교회 담임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깝다… 당황스럽다… 이번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동포사회의 개인적 피해도 엄청나다. “김 사장의 말 솜씨와 용모가 좋은 데다 학력·학벌도 상당해 설마하며 돈을 빌려줬다”는 사람도 있다.
“하도 여러 차례 졸라 마지못해 돈 거래를 했다. 오랫동안 여행사를 하고 있길래 이 정도 돈은 설마 안 떼 먹겠지 했다” 등 여러 가지 피해 사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인사회에 흘러 다니고 있다.
신용카드 상습 초과 결제 신용카드로 대영여행사에서 항공권을 구입한 사람 상당수가 낭패를 겪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구입액 보다 훨씬 많은 돈이 빠져 나가거나 두세 번씩 마음대로 빼 쓴 것이다. 대영은 자금이 몰리자 손님이 준 카드 번호 여러 개를 돌려 가며 악용해 수년 간 이런 식으로 ‘돌려 막기’를 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대영의 잦은 돈 문제로 1~2년 전에 대리점 지정을 취소했다. 대영은 항공사에서 표를 못 가져 오게 되자 다른 여행사를 통해 사온 표를 고객에게 파는 실정이었다.
대영에 외상 거래했던 몇몇 여행사의 피해가 굉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 항공은 “몇 달 전부터 대영의 ‘수상한 매출 실적·대금결제와 영업행태’를 눈여겨 보다 이를 전문기관에 의뢰, 속사정을 조사하고 있었다. 은행거래·신용카드 결제·동종업계 과다 미지불금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는데 이를 김 사장이 눈치채고 전격 행방을 감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지에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영은 가격에 민감한 손님 특히 유학생에게는 ‘표 1장당 £1 혹은 £5~£10를 싸게 팔면서 꼭 현금을 받았다. ‘권장 소비자 가격’을 어기면서까지 남이야 어떻든 내가 1장이라도 더 팔면 된다는 식으로 동종 업체의 눈총 혹은 비난까지 받아가며 악착같이 팔았다. 그러나 특별 가격이나 판촉 요금 등을 잘 모르는 손님에게는 ‘바가지 요금’을 받은 적이 상당히 있다”고 본지에 제보했다.
뉴몰든에 거주하는 아무개 씨는 “한인회장 부정선거 소식은 그렇게나 오랫동안 지겨울 정도로 ‘원색적인’ 비난이나 험담 기사를 써대던 동포 신문들이 이번 일에 대해서는 왜 한 줄 보도도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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