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천연가스관 프로젝트를 주목하라.’
라종일 주영대사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배경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라대사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비밀리에 만날 수 있었던 까닭은 라대사가 갖고 있는 ‘비장의 카드’ 덕분이었으며 그 카드란 북핵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러시아 천연가스관 활용론이었다는 것이다.
라대사와 그 측근의 활동반경을 보면 그러한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라대사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 대가인 영국의 P박사는 라대사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팀의 핵심 인사들과 만나 ‘러시아 카드’의 타당성에 대해 깊이 있는 브리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의 엑슨모빌이 사할린에 개발한 가스전을 파이프라인으로 한반도에 연결해 에너지문제와 북핵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다음날 한국을 방문한 라대사는 당선자와 독대해 이를 직접 설명했고 이에 공감한 당선자는 미국과도 직결된 러시아 프로젝트를 총괄할 인사로 라대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차장을 지낸 라대사는 연초부터 국정원 라인을 통해 당선자와 ‘접촉’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대사는 23일 오후 귀국길에 오르기 전 런던특파원들과 가진 만남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현안”이라고 강조해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후 북핵 문제 해소를 통한 남북간 긴장완화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라대사는 경희대 교수로 재직하던 95년 김대중 대통령이 정계에 복귀한 뒤 국민회의 총재를 맡던 시절부터 정책 자문을 하며 현실정치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97년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을 거쳐 국가정보원 1·2차장,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보를 역임했고 2001년 주영대사로 부임했다.
△서울(63) △중앙고 △서울대 정치학과 △경희대 교수 △안기부 제2차장 △국정원 제1차장 △민주당 총재 외교안보특보 △주영대사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