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방송출연을 대가로 연예기획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공중파 PD들이 방송작가 계좌를 통해 자금을 관리하는 등, ‘비리 PD’들의 돈 관리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문무일 부장검사)는 최근 연예기획사의 자금이 KBS와 SBS 방송국 내 은행지점에 개설된 유명 방송작가 오모씨의 계좌에 유입된 정황을 포착,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오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십년의 작가 경력을 지닌 오씨는 KBS와 SBS를 오가며 여러 유명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로비 혐의가 있는 연예기획사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의심스러운 돈이 2006년을 전후로 오씨의 복수 금융계좌를 거쳐 일부 PD에게 건너간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씨는 검찰 조사에서 오랫동안 친분을 가져온 지인들과 사사로운 돈 거래를 했을 뿐 로비 창구로 쓰이도록 PD들에게 차명계좌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연예기획사로부터 2억원대의 금품을 받아 검찰에 구속된 이용우 전 KBS 책임프로듀서(CP)는 검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아예 기획사 사장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검찰에 체포되는 순간에도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승용차 안에 있는 차명계좌를 보호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망에 오른 PD들은 현금, 수표와 함께 카지노 칩, 기획사 주식 등 ‘현물로비’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KBS 김모 CP의 경우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카지노 칩을 받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이 포착돼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
한편 검찰이 PD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한 후 PD들과 금품 거래 의혹이 제기된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들이 수사망을 피해 잠적하는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