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입장 차이로 분열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성공회가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 성공회가 난상 토론 끝에 여성 주교 임명을 허용함에 따라 분열 양상과 비판적인 보수파들의 분리 움직임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 타임스,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은 7일 영국 성공회 종교회의가 여성 성직자들이 주교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찬성 28, 반대 12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영국 성공회에서 여성 주교 임명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쿠바 등 15개 교구의 성공회는 이미 여성 주교를 임명하고 있다.
이번 종교회의의 결정은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는 성공회의 분열을 더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성공회가 영적으로 쇠락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는 교단내 보수파들은 성공회의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의 지도적 위치에 반발해 지난달 새로운 교단 창설을 선언했었다.
보수파들은 여성 주교 임명을 반대하는 성직자들이 여성 주교 밑에서 활동하지 않는 ‘옵트 아웃(선택적 이탈)’ 권리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종교 회의에 제출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회의는 ‘옵트 아웃’이 여성과 남성 사제를 갈라 ‘교회 안의 교회’를 만들 수 있다며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여성 주교를 임명하고 있는 나라들의 성공회도 교회 내 ‘옵트 아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수파들은 종교 회의의 결정에 대해 “지구상의 논리로 종교의 본질을 타락시키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공회의 위기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5월 영국 성공회에 소속된 동성애자 신부 2명이 교회 규정을 위반하고 영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교회 중 하나인 ‘성 바르톨로뮤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이 뒤늦게 알려져 거센 논란이 일었었다. 동성애 허용과 관대한 태도에 반대해 탈퇴한 교구들은 미국 성공회에서만 전체 7000여개 가운데 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성공회 교회의 모체가 되는 영국 성공회는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를 수장으로 7천700만 신도를 갖고 있으며 1994년 극심한 논란 속에 처음으로 여성들을 사제로 임명했고 2006년 7월 여성 주교 임명과 관련한 법규 제정을 위해 실무그룹을 발족했다.
2006년 기준으로 전세계 38개 성공회중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등 14곳에서 여성 주교를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