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가 있으니 3개월간 다시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혼숙려제 본격 시행 첫날인 23일 오전 성격 차이를 이유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신청서를 접수한 결혼 6년차 A(33)씨 부부는 3개월의 숙려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이혼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종전에는 합의이혼의 경우 곧바로 이혼 허가가 나거나 이혼숙려제 시범 실시 지역에서는 통상 3주일 후에 이혼이 가능했지만 2살 된 딸이 있는 A씨 부부는 개정된 민법에 따라 3개월간 이혼 여부를 숙고해야 한다.
아울러 딸의 친권자가 누구이고 양육은 누가 할 지 등의 내용이 담긴 협의서를 제출해야 하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말 민법이 개정되면서 합의이혼을 하려면 양육할 자녀가 있는 경우는 3개월, 없는 경우는 1개월의 숙려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날 이혼을 신청한 결혼 27년차 B(51)씨 부부는 자녀들이 성인이라서 A씨 부부처럼 숙려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한달간 이혼이 유예됐다.
법원은 이들 부부를 위해 숙려기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일 가정폭력 등으로 신속하고 긴박하게 이혼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당사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 법원에 `‘이혼 숙려기간 단축(면제) 사유서’를 내면 된다.
2005년부터 이혼숙려제가 시범 실시되면서 2004년 10%선이던 이혼신청 취하율이 2005년 15.8%, 2006년 19.0%, 2007년 21.1%로 크게 높아져 숙려제가 `‘홧김이혼’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는 전반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한편 이혼숙려제 본격 실시를 앞두고 합의이혼 신청자 수가 예년에 비해 일시적으로 큰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일부 부부는 제도 변화를 앞두고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서울가정법원에는 이달 들어 22일까지 합의이혼 신청이 441건이나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339건)보다 30% 가량 늘었다.
법원 관계자는 “갈등 관계에 있는 일부 부부들이 숙려제가 시작되기 전 서류 접수를 서두른 게 아닌가 생각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결과적으로는 숙려제가 홧김 이혼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