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당내외 반발 속에 기소 없이 테러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 기한을 42일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원 의원들은 격렬한 토론 끝에 11일 실시된 투표에서 기소 전 테러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 기한을 현행 28일에서 42일로 연장하는 테러방지법 개정안을 315대 306의 9표 차이로 간신히 통과시켰다. 노동당 내 반란파 의원 37명이 야당 보수당과 자유민주당과 합세해 연장안에 반대했다.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참패, 사상 최악의 노동당 지지율로 고전 중인 브라운 총리는 총리의 신임을 묻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날 투표에서 승리함으로써 일단 위기를 모면했다.
브라운 총리는 투표 전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구금기한 연장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자 “올바른 일”이라고 설득하는 데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테러 음모가 점점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국제화 하고 있기 때문에 용의자 구금기한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구금기한을 56일로 늘리려 했다가 당내 반대 여론을 감안해 42일 조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42일 동안 구금됐다 기소되지 않고 석방되는 사람에 한해서는 재정적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영국 야당과 법조계 인사, 인권단체는 물론이고 유엔 차원에서도 인권 침해를 우려해 이에 대한 반대가 적지 않았다.
인권단체 리버티는 현행 구금기한 28일도 영국처럼 테러를 겪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 터키를 포함해 비슷한 다른 14개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더 길다며 정부가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틴 샤이닌 유엔 반테러·인권 담당 특별보고관은 10일 영국 정부가 테러용의자에 대한 기소 전 구금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에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은 하원에서 통과됐다 해도 상원에서 이 법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