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앞장서 편든 대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 침공에 대한 지지로 블레어가 1997년 총리 취임 이래 “가장 거친 정치투쟁에 직면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그가 △지난 14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안보리 2차 보고 △15일 영국 역사상 가장 큰 반전시위 △200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18일 여론조사 발표 등으로 잇달아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동당 안에서는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는 이라크 침공에 영국이 참여하면 총리를 바꾸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앨런 심슨 하원의원은 “블레어한테 매우 중대한 시기”라며 “그는 전쟁을 이끌거나 또는 노동당을 이끌 수 있지만 둘 다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2주 전에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첩보 문건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서류가 대부분 대학원생의 논문을 베낀 것으로 밝혀져 블레어의 신뢰성에 금이 가기도 했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라크가 영국에 ‘직접적이며 임박한’ 위협이 된다는 점을 대중들한테 설득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반전여론에도 밀리고 있다. 그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2년을 기다렸고 유엔을 통한 문제해결에 나섰다.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한테 마지막 기회를 준 게 석달밖에 안됐다”며 침공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에도 이라크 침공을 승인하는 안보리 2차 결의를 추진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우리한테는 새 결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블레어한테는 정치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가 “그를 친구라고 부르는 게 자랑스럽다”고 블레어를 치켜세우지만 블레어는 부시를 싫어하는 일반인들의 정서를 의식해 최근 연설할 때 그의 이름을 거의 거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레어는 “부시를 조롱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고 실체를 보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74%가 부시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거나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