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식품 가격 상승 속에 영국도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식빵, 파스타, 옥수수유, 버터, 계란, 오이 등 매일 가정주부들이 슈퍼마켓에서 사는 식품들이 줄줄이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영국 중산층 가정이 즐겨보는 신문인 데일리 메일은 작년 5월과 올 5월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한 뒤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식탁을 꾸릴 경우 수 백만 가정이 연간 1천파운드(약 204만원)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최근 전했다.
대형 슈퍼마켓의 판매가를 기준으로 한 데일리 메일 생계비 지수에 따르면, 5월 필수 식음료품 장바구니 물가는 작년 5월 대비 19.1%나 급등했다. 4월 장바구니 물가상승률 15.5%에서 다시 3.6%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작년에 주당 100파운드를 식비로 쓴 가정은 올해 같은 식품을 사는데 추가로 19.10파운드를 더 지출해야 한다. 일년으로 따지면 993파운드인 셈이다. 여기에 휘발유값, 모기지 대출금, 전기요금, 주민세 등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청구서의 상승분까지 포함하면 추가 비용은 금세 2천200파운드를 넘는다.
바이오연료 붐 속에 옥수수, 콩, 밀 등 바이오연료의 재료로 사용되는 곡물과 상관 있는 식품 가격도 대폭 올랐다. 옥수수유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1년 사이에 ℓ당 1.38파운드까지 2배나 치솟았다. 밀로 만든 푸질리 파스타 500g은 67펜스로 작년보다 무려 81%나 급등했다.
축산농가의 사료값이 치솟으면서 육류와 낙농제품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우유는 16.6%, 잉글리시 버터는 62%, 체다 치즈는 25.6%가 올랐다. 옥수수 혼합 사료를 먹는 방목 닭이 낳는 계란 값도 일년 사이에 47.4%나 올라 12개 한 꾸러미에 2.58파운드나 한다.
세계적인 원유가 급등세 속에 휘발유 값도 작년보다 15.6%나 올라 ℓ당 1파운드를 훌쩍 넘어 1.108파운드나 한다. 덩달아 가스요금과 전기요금도 12.5%, 12.9% 각각 올랐다. 전기와 가스 요금은 최근 15% 인상된 데 이어 올 겨울 전에 다시 25% 추가 인상될 전망이다.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큰 격차가 있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도 4월에 전달보다 0.5%포인트 오른 3%를 기록했다. 이것은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보다 1% 포인트나 상회하는 수치고, 월 상승폭으로는 6년여 만에 최고이다. 4월 소매물가지수도 전달보다 0.4%포인트 올라 4.2%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