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정거래청(OFT)이 8개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한 ‘불법 수수료’ 소송에서 1차 승리를 거뒀다.
영국 고등법원은 24일 은행들이 고객에게 비합법적인 미승인 당좌대월 한도 초과 수수료를 부과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OFT가 작년 3월부터 시행했던 조사를 계속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심리를 담당한 앤드루 스미스 판사는 수수료 부과가 불공정 행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영국 은행은 미승인 당좌대월 한도 초과 사례를 처리할 때 실제 비용을 넘는 수수료를 물릴 수 없지만 대형 은행들은 실비 2.5파운드(약 4천900원)의 몇 배에 달하는 35파운드(약 6만8천원)까지 수수료를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이런 식으로 매년 10억파운드(약 1조9천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OFT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앞으로의 행보에 중요한 초석”이라고 평가하며 “이 분야에 대한 조사를 지속할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빈스 케이블 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좋은 소식이지만 긴 여행의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며 불법 수수료 문제는 대형 은행이 휘두르는 횡포의 한 사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클레이즈, HSBC, 로이즈 TSB 등 이번 사건에 관련된 8개 은행은 수수료 부과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8개 대형 은행들은 영국내 개설된 은행계좌의 90%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