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또다시 ‘다운그레이드(Downgrade)’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5~6% 경제성장을 달성하더라도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25만개 이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취업자는 2330만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0.9% 증가했던 지난 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율이 0%대를 기록한 것.
2006년 이후에는 ‘경제성장률(GDP)이 1% 오를 때마다 일자리 6만개가 생긴다’는 공식이 통용돼 왔다. 실제로 각각 5.2%와 5.0% 성장률을 기록한 2006년과 2007년에는 일자리가 29만5000개, 28만2000개씩 늘어났었다.
하지만 최근 통계치는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1% 성장 때마다 5만명 이하’로 축소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2월에 늘어난 취업자 수가 각각 23.5만명, 21만명(전년 동월 대비)에 그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8만4000명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1분기 전체로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만명 늘어났다는 계산이다. 1분기 성장률이 5%대 후반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 성장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가 4만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자리 유발계수가 전반적으로 저하된 가운데 정작 일자리 유발 여력이 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3.9%. 특히 중기 기능직 인력부족률은 7.4%로 타 직종 대비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절대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들이 늘어난 탓에 취업자 증가율이 감소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부족 인원은 25만명에 달해 전년 대비 4만5000명이 증가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올 1월은 6만8000명, 2월은 8만6000명, 3월에는 8만7000명이 증가하는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80만명 수준의 실업자가 존재하는 가운데 ‘구직난 속 구인난’이라는 인력 수급구조 파행성으로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해법을 ‘서비스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서비스산업의 ‘진입규제’가 심해 보다 많은 인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에도 서비스업에서는 29만6000명이 새롭게 일자리를 얻었지만 37만3000명이 증가했던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증가율은 낮았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중 63.9%가 진입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970~1980년 서비스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해 1960년 고용비중이 6.4%에 불과했던 서비스산업을 1984년 12.3%까지 끌어올렸다. 독일도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저숙련 근로자들에게 취업 기회를 확대해 1960년대 10.3%였던 고용 비중을 1984년에는 21.4%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