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등으로 촉발된 100만원대 유치원비 바람이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한 달 교육비가 평균 40만~50만원씩이다. 여기에 영어 등이 추가되면 60만~80만원까지 받는 곳도 생겨나면서 대학 등록금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 2명 유치원비가 월 120만원 = 올해 둘째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낸 정미숙씨(39·전북 전주시 송천동)는 교육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립유치원에 보내면 그만이지만 맞벌이를 하는 정씨 부부에게 통학버스가 없는 공립유치원은 ‘그림의 떡’이다.
정씨의 경우 아이 한 명에게 들어가는 유치원 경비는 월 평균 61만여원. 월납원비 37만원에 재료비와 중식 및 간식비로 10만원, 영어교육비 1만5000원, 종일반 특기과목 교육비 13만원 등이다. 두 명의 아이들에게 매월 들어가는 경비는 120만원이 넘는다. 정씨는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유아교육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어지간한 규모의 사립유치원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에 육박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임혜순 전주 지회장은 “사립유치원 경비는 평균 매달 40만~50만원인데 영어교육 등 특정 교육과정이 추가되면 60만~80만원까지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896개 유치원의 2007년 유치원 월납원비를 조사한 결과 평균 8.8% 인상됐다. 또 417개 유치원의 원비 인상률이 전국 교육분야 물가상승률인 8.5%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용인의 한 유치원은 14만2000원에서 21만원으로 무려 47.9%나 올리기도 했다. ◇ 공립유치원 증설 제대로 안돼 = 유치원비 인상은 사립유치원이 주도하고 있으나 원비 책정에 대한 기준조차 없다. 전북교육청 김모 장학사는 “유치원별 협의체에서 자율적으로 원비를 결정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벗어나지 말아 달라는 지도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공립유치원을 많이 설립해야 하지만 증설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내 공립유치원과 사설유치원의 원비 차이는 1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권 병설유치원의 경우 한 달 원비는 5만원이 평균이다. 반면 사립유치원 가운데 최상위급은 월 70만원 이상이다. 그러나 전북도내에는 고작 12개의 공립유치원만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