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한 데 대해 재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세제를 개편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친재벌 정부가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기대 높은 재계=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키고 희망 있는 미래를 열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전경련은 “경제계도 정부와 힘을 합쳐 이른 시일 안에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각계 각층이 힘을 모아 전진해 나가자는 대통령의 제언에 대해 지지와 함께 적극적인 참여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획기적 규제완화와 과감한 세제개편, 선진 노사문화의 정착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체 고용자 수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각별한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문화의 자율적 개선을 강조하면서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한 부분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현대차·LG·SK·한화 등 대기업들도 “여러가지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 정책들은 기업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속도조절’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경제연구본부장은 “7%, 6% 등 취임 전 내세웠던 성장률 목표에 집착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급상승할 우려가 있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젊은 층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은 자본을 투입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자칫 물가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환영 - 기업하기 좋은 환경 개편
노동계 비판 - 노동자 위한 계획 없다
◇우려하는 노동계·시민단체=민주노총은 이날 취임사에 대해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과는 달리 서민, 중산층, 노동자를 위한 비전이나 계획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글로벌 코리아’라는 말은 결국 모든 영역에 시장경쟁 논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인건비 절감, 구조조정 등 노동자에 대한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면서 “88만원짜리 비정규 일자리만 늘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자들에게 법과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결국 투쟁하면 법과 원칙으로 통제하겠다는 얘기로, 이명박정부의 경제살리기는 ‘대기업 프렌들리’”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중소기업과 서민을 직접 목표로 하는 경제활성화 대책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일부 소수의 대기업에만 집중하는 친재벌 정책으로는 양극화와 서민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급한 개방도 우려했다. 김소장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개방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면 역효과가 올 수 있다. 개방에 의한 충격에만 집착하지 말고 내부의 제도 개혁과 가치관의 선진화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한국노총 박영삼 홍보본부장은 “오늘 취임사에서 노동자 파업투쟁을 철 지난 것이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묘사가 있었다”면서 “상당히 지나친 표현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