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올 한 해 전 세계 항공업계는 무려 100억달러(12조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주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는 6일 “전 세계 항공업체들이 최근 2년 연속 손실을 감수한 데 이어 올해도 100억달러의 손해를 감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집계하고, “미국·이라크 간 전쟁이 실제 발발할 경우 손실 폭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센터는 “항공사들은 재작년과 작년에 엄청난 손실을 봤으며, 2년간 손실분은 전 세계 항공업계가 지난 1945년 이후 벌어들인 이익금 전체보다 많은 규모였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정기 항공운항 스케줄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소속 280개 회원사들의 적자 폭은 2001년 180억달러, 2002년 130억달러로 2년간 무려 310억달러(37조원)에 달했다. 호황이던 1990년대 후반 4년 동안 항공사들이 벌어들인 흑자 133억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센터는 또 미국·이라크 간 전쟁이 날 경우 국제 원유가는 추가로 배럴당 10달러 정도 오를 것이며, 이는 국제노선 운항경상비 부담을 평균 5% 정도 증가시키는 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센터의 피터 하비슨 운영본부장은 “회원사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올해 50억~100억달러의 손실을 예상했다”면서 “업계에서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항공사들이 추가로 입을 피해액만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항공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02년 총 58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항공업체들은 임금동결, 감원, 신규사업 진출 등을 통해 수익성 제고에 부심하고 있다. 세계 2위의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UA)은 지난 5일 비용절감, 저가 항공시장 진출을 통해 흑자경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 확장에 열을 올리던 중국 항공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6일 “중국 국영 항공사들도 국제 유가 상승으로 17%의 원가 상승요인 부담에 직면했으며, 겨우 수지를 맞추는 현 상황으로 볼 때 중국 국내 유가가 상승하면 더 이상 이익을 내기가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국제유가 상승분을 100% 항공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체제를 갖고 있어 국제유가가 1% 올라가면 3~5% 정도의 운영 수익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신문은 “전쟁이 발발하면 항공기용 유가가 배럴당 27달러에서 35달러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 항공사들은 금명간 소폭의 항공요금 인상을 단행하는 등 수익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