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15%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참여연대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대학생 12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 등록금 마련을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학생은 10명 중 2명꼴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27.8%(329명)가 정부보증학자금이나 시중은행·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렸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학자금 대출 연체 경험이 있는 경우가 16.9%나 됐다. 현재 신용불량이라고 응답한 학생도 10명이나 됐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무거운 그늘을 짊어지는 것이다.
복수응답으로 등록금 마련 방법을 물어보자, ‘부모님 지원’이라는 응답이 71.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부보증장학금 대출(18.9%), 아르바이트 등 부업(15.4%), 장학금(14.1%)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어떻게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을까. 응답자 20%가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가족이 부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외벌이’로는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 입학 당시만 해도 한 학기 390만원 하던 등록금이 지난해에는 520만원이 됐다. 5년 새 33%나 오른 것이다.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에 하숙비 300만원, 재료비와 기타 용돈 등을 합하면 1년에 2800만원이 들어간다. 매달 230만원꼴이다. 박씨는 “처음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렇게 지원하는 게 어려울 줄 몰랐다”면서도 “졸업장은 있어야 취직이라도 하지 않겠냐”며 한숨쉬었다.
학생들의 어려운 현실도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5%나 되는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취업준비나 어학연수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적 이유’로 휴학하는 것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생소한 일이었다.
등록금이나 용돈, 교재비처럼 학업 유지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을 한다는 학생의 비율 역시 전체 학생의 83.4%였다.
대부업체에서 등록금 일부를 빌렸다는 서모씨(27)는 “또 휴학을 하면 졸업이 늦어지고 취업도 어려워질 것 같은 절박한 심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대출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지방의 가정은 넉넉하지 않은 재정능력 때문에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가족들이 부업에 나서거나 고리의 대부업체 대출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체 설문조사 결과를 볼 때 신용불량자가 정부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정부보증 학자금 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이 된 학생은 3413명에 이른다고 한다. 시중은행 및 대부업체에서 등록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학생들의 통계 현황은 정부에서도 파악된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