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49분께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창고인 ‘코리아2000’ 화재 현장 주변은 유독 가스와 검은 연기로 뒤덮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여서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했다.
냉동창고는 42번 국도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불이 난 냉동창고 주변 200여가구 주민 600여명은 마을방송을 듣고 인근 호법면사무소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냉동창고 직원 가족들은 사고 현장으로 속속 도착했고 이미 도착한 가족들은 생사가 확인 안된 가족을 애타게 찾으며 곳곳에서 울부짖었다.
냉동창고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선(43.여)씨는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연달아 나면서 불기둥이 치솟았고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아주머니 1명이 살려달라며 식당으로 뛰어 들어와 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아줌마가 겉옷이 모두 불에 타 온 몸에 화상이 심했고 살갗이 모두 벗겨져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또다른 목격자 박모(38.여)씨도 “오전 11시쯤 창고에서 일하고 있는데 꽝소리가 연달아 났고 건물외벽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비병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불길이 거의 잡힌 오후 2시30분께 소방대원 250여명이 창고 내부로 구조·수색작업을 하기 위해 투입됐고 지하 1층에서 사상자 시신 16구, 7구는 1층 출입구 쪽에서 발견했다. 또 시신 7구를 기계실 쪽 작업실에서, 5구를 기계실과 작업실 사이 통로에서 발견했다. 나머지 5구는 기계실 반대편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반듯이 누워 있거나 엎드려 있었다. 모두 6차례에 걸친 수색 결과 사망자 시신은 모두 40구가 발견됐으며 이중 35구가 기계실 주변에 집중됐다.
현장에 차려진 사고상황실의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하1층 기계실에서 작업 중 10초 간격으로 3번의 연쇄폭발이 있었고 샌드위치 패널로 불이 옮겨 붙으며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희생자 유가족 대표단은 피해 보상문제와 관련해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시민회관 강당에서 유가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코리아2000’측이 전달한 A-4용지 1장 분량의 문서를 유족들에게 공개했다. 이 문서는 이 회사 총괄부장 서명만이 있어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문서에는 “산재보험 보상에 대해 회사가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위로금 부분은 회사가 대형사고를 접해 본 적이 없어 대처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보상 전문 노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사망자의 장례 절차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가족 대표단은 “노무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프로 선수를 선임해 아마추어와 싸우겠다는 얘기”라며 “9일 오후에 다시 만나자는 것은 시간을 끌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