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 수원지사에서 근무하는 안재희(30)씨는 지난 98년 군에서 제대한 이후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괴한에게 위협받는 여성을 구하는 과정에서 몸에 부상을 입었다. 안씨는 지난해 지역난방공사가 실시하고 있는 ‘사회형평적 채용’에서 의상자로 인정받아 입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회형평적 채용은 안씨처럼 남을 돕다가 몸을 다친 의상자나 장애인, 저소득 계층 등의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해 채용 기회를 주는 제도. 지난해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 지역난방공사는 올해도 신입사원의 50%인 34명을 의상자나 저소득층, 장애인 중에서 채용해 화제가 됐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도 공기업의 책무”라며 “지원자마다 사연이 많아 면접 자리가 울음 바다로 변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12 개 정도의 공기업에서 사회형평적 채용제도를 도입했다. 기업마다 채용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사회형평적 채용제도로 뽑을 신입사원 정원을 따로 정해서 뽑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형 과정에서 가점등의 방식으로 일정 정도 혜택만 주는 선에서 도입한 곳도 있다.
지역난방공사와 한국남동발전 가스공사 도로공사 등이 각사 사정에 맞게 사회형평적 채용 대상자 정원을 따로 정해서 모집하고 있고, 주택공사나 에너지관리공단 농촌공사 등은 일정 부분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도입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헌혈 유공자에게 가점을 주고 있으며, 전기안전공사는 장애인 자녀에게 가점을 주는 식이다. 한전기공은 고아 출신에게도 가점 혜택을 준다. 농촌공사는 농·어촌 출신을 우대한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 신상훈 대표컨설턴트는 “국제노동기구와 선진국의 노동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좀더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