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째 영국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며 10여년 호황을 누린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여러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부동산 가격은 1995년 이래 가장 심한 하락세를 겪고 있고, 평균 주택 가격은 지난달 2천파운드나 빠졌다. 부동산 중개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고, 주택 매물은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시장에 머물러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의 여파에다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1년 동안 금리를 5회나 올린 데 따라 영국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이미 여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모기지업체 네이션와이드와 핼리팩스는 가을에 1∼2%의 하락을 보고했다. 이것은 1990년대 초반 주택시장의 침체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BOE는 10월 모기지 승인건수가 3년 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모기지 대출이 급격히 감소했다고발표했다. 신규 모기지 대출 건수는 1년 사이에 31%나 감소했다. BOE는 이례적인 어조로 상업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임대를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임대용 주택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표명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최대 원인은 지난 10 여년 동안 주택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아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데 있다. 1997년 이래 주택 가격은 3배나 급등했다. 평균 주택 가격은 영국인 평균 소득의 9배나 되는 20만파운드까지 올랐다.
부동산 붐에 따라 돈이 부동산 투자로 몰리면서 영국인들의 부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불어났다. 올해 영국인의 대출금은 사상 처음으로 국민소득을 넘어서 1조3천억파운드에 달했다. 보통 사람들의 꿈인 내 집 장만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됐고,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상환금은 가처분 소득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국이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버블이 터졌고, 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1년 동안 전국적으로 5%나 떨어졌고, 여전히 하락 추세에 있다.
물론 미국과 달리 영국은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고,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비율도 5∼8%로 작다. 그러나 평균 주택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다면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500만파운드짜리 런던 시내 고가 아파트, 리버풀과 맨체스터의 재개발 부동산, 임대용 주택시장, 서브프라임 고객들이 가장 먼저 부동산 경기 하락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그 고통은 지금 막 시작됐다고 인디펜던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