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유럽 각국을 설득하기 위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사진)가 활발한 독전외교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라크 공격을 집중 논의한 블레어 총리는 이에 앞서 유럽의 각국 정상들을 만나 이라크전 지지를 호소했다.
29일 그는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만났다. 그간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측 입장을 지지해온 이탈리아가 이라크전에는 반대해 왔던 터였으나 이날 이탈리아는 미·영 측에 동조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어 블레어는 30일 마드리드로 날아가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를 설득했다. 아스나르 정권 역시 친미 성향의 우파정권이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대해 이해하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블레어는 그리스와 터키 총리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이해와 지지를 호소했다.
부시와 회담을 마친 블레어는 이어 4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막판 설득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독일과 밀월관계인 프랑스가 입장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블레어는 그러나 이라크전 반대에 요지부동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 대한 설득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슈뢰더의 개별적인 만남은 당분간 예정에 없다.
블레어의 이같은 설득외교로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을 잇는 새로운 이라크전 지지축이 형성된다면 파리-베를린의 반전축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블레어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