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4179개 … 김해 김씨 412만명으로 최다
한국의 10대 성씨(姓氏)는 김(金)·이(李)·박(朴)·최(崔)·정(鄭)·강(姜)·조(趙)·윤(尹)·장(張)·임(林)씨로 지난 15년 동안 그 인구 순위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21.6%)·이씨(14.8%)·박씨(8.5%)·최씨(4.7%) 등 ‘빅4’ 성씨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6%(2279만명)로 한국인 2명 중 1명꼴이 이들 4개 성씨를 갖고 있었다. 통계청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0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서 “김·이·박·최씨를 중심으로 한 10대 성씨가 전체 인구의 64.1%를 차지하는 ‘대성(大姓) 구조’가 여전했다”며 “1925년 인구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래 75년간 새로운 성이 한 번도 10대 성씨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중 김씨 성을 사용하는 사람은 모두 992만6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했다. 5명 중 1명꼴이다. 그 다음으로 이씨(14.8%)가 679만5천명, 박씨(8.5%)가 389만5천명이고, 최씨(4.7%) 정씨(4.4%) 강씨(2.3%) 조씨(2.1%) 윤씨(2.1%) 장씨(2.0%) 임씨(1.7%) 순이었다.
통계청은 “이들 상위 10개 성씨의 인구별 순위는 1985년 조사 때와 전혀 변동이 없다”면서 “인구구조가 이들 10대 성을 중심으로 고착화 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10~20위 사이의 일부 성씨는 인구 증감 속도에 따라서 순위 변동이 생겼다. 오(吳)씨(13위→11위), 안(安)씨(18위→17위)의 순위가 올랐고, 한(韓)씨(11위→12위), 신(申)씨(12위→13위), 송(宋)씨(17위→18위)는 순위가 떨어졌다.
인구 100명 미만인 ‘초희귀 성씨’도 42개나 되고, 1천명 미만인 성은 무려 112개에 달한다. 통계청이 확인한 100명 미만 성씨는 강전(岡田)씨, 뇌(雷)씨, 장곡(長谷)씨, 경(京)씨, 빙씨, 삼(杉)씨, 예(乂)씨, 즙씨 등이다.
예컨대 즙씨는 일제시대 철도 공무원으로 한국에 파견온 일본인 쓰지씨와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시조 즙간부(62)씨가 모친의 고향인 함경도 성진을 본관으로 즙씨를 호적에 등록한 것이다.
즙은 원래 일본 한자로 한국어 발음은 ‘십’이지만 호적에 올릴 당시 즙의 한국어 음이 없어 汁(즙)의 음을 빌렸다고 한다. 2000년 조사에서 즙씨와 같은 한자를 쓰는 십씨는 82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새로 확인된 본관(本貫)도 15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문화연구원 정구복 교수는 “주민등록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본관의 한자를 잘 읽지 못해서 본관을 새로 신고한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위 10대 성씨가 어느 지역에 사는지를 조사한 결과 각 시·도별 인구 비중과 유사하게 흩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성씨의 경우 특정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이 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예컨대 인구 순위 7위인 조씨는 서울 인천 경기 충남 등 수도권에 주로 살고 있었고, 10위인 임씨는 광주 대전 충남 전북에서 주로 살고 있었다. 또한 강씨는 부산 경남 제주, 장씨는 대구 충북 경북, 박씨는 울산 전남, 최씨는 강원도에 거주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씨와 본관을 함께 감안할 때 한국인 5명 중 1명꼴로 김해 김씨, 밀양 박씨, 전주 이씨 인 것으로 조사됐다. 1위는 김수로왕을 시조로 하는 김해 김씨로 한국인 10명 중 1명꼴인 412만5천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인 밀양 박씨는 303만1천명, 3위인 전주 이씨는 261만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성씨 본관을 합치면 976만6천명으로 1천만명에 육박했다.
이밖에 경주 김씨(174만명), 경주 이씨(143만명), 경주 최씨(97만7천명), 진주 강씨(96만7천명), 광산 김씨(83만7천명), 파평 윤씨(71만4천명), 청주 한씨(64만3천명) 순으로 인구가 많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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