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는 5일 삼성 구조본에서 검사 수십여명을 관리했다며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조직 중 작은 편이었으며 이해관계가 맞물린 재경부나 국세청은 규모가 훨씬 더 컸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에서 불법 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 책무인데 나는 법조계를 담당했다”며 “구조본에서 검사 수십 여명을 관리했으며 나머지 분야는 60여개 계열사가 나눠 맡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로비) 지시를 받았는데 현직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도 삼성 돈을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로비를 받았다는 검사 명단에 대해선 “삼성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의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 규명이 지지부진하고 삼성이나 검찰 등 국가기관이 제 본분을 다 하지 않을 경우 공개하겠다”라며 공개를 미뤘다.
그는 로비 자금의 출처가 각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었으며 만성 적자인 회사도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만든 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모든 증인과 진술을 조작해 돈과 힘으로 법원을 모욕했는데 법무팀장인 나도 중심에 서서 그 일에 관여한 공범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변호사는 “차명 비자금을 가진 임원 명단도 일부 갖고 있는데 이는 금융실명제법 등 실정법을 위반한 명백한 범죄”라며 “하지만 삼성 안에서는 차명계좌를 가진 것 자체가 승진의 징표이자 일종의 훈장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재산을 불법 형성했다”고 주장한 뒤 “이를 뒷받침하는 삼성의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자회견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 분실이 우려된다”며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을 위해 검찰, 국가정보원, 청와대, 언론이 실시간 정보보고를 했으며 심지어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시민단체마저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이 곧바로 삼성에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은 모두 이건희 회장을 위해 살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반성한다”고 사죄한 뒤 “삼성이 건강하게 새로 태어나길 바라며 재벌이 사법체계와 국가, 사회를 더 이상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