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율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흡연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성인과는 반대 현상이다. 2000년을 정점으로 청소년 흡연율은 이후 서서히 감소하다가 2005년부터 급격히 늘고 있다. 청소년 흡연은 건강문제는 물론 음주와 성 경험, 폭력 등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짙어 엄격한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18일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따르면 중학교 남학생 흡연율은 2000년 7.4%까지 치솟았다가 2004년 2.4%까지 떨어졌으나 2006년 5.3%로 다시 늘었다. 중학교 여학생은 2002년 0.9%에서 2006년 3.3%로 증가했다. 고등학교 남학생은 2005년까지도 15.7%로 계속 감소해 왔으나 작년에 20.7%로 크게 늘었다. 흡연율이 2002년 10.7%까지 올랐던 고등학교 여학생만은 2006년 5.2%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작년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800개 중·고교 학생 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3 남학생 27.0%가 흡연자였다. 10명 중 3명 가까이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고3 여학생 흡연율도 12.8%로 20~64세 성인 여성 흡연율(5.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흡연율은 설문조사에 의존한 수치여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지적도 있다.
■ 최초 흡연 연령도 크게 낮아져
작년 질병관리본부가 중·고생 7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초 흡연 연령은 평균 12.5세였다. 그보다 8년 전인 1998년 조사에서는 15세였다. 무려 2.5년이 빨라진 셈이다. 작년 조사에서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는 학생은 11.3%에 달했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은 음주, 성 경험, 자살 시도 같은 행위를 할 위험도 높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결과 흡연 청소년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또래에 비해 음주 경험이 4배, 성 경험은 11배 더 많았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학생도 3배나 더 많았다.
현행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것은 금지돼 있다.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담배 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고 말한다. 김모(17·고2)군은 “어디나 뚫리는 곳은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뚫는다’는 말은 ‘담배 살 방법을 찾는다’는 뜻의 은어. 청소년들은 담배를 살 때 형의 신분증을 보여주거나 또래 중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담배를 사오게 한다. 한 번 살 때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2~3보루씩 산다고 했다.
■ ‘뚫리는 가게’를 찾는 것도 방법
청소년들은 “비교적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편의점은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교복을 입고 갔더니 ‘다음부터 교복은 입고 오지 마라’고 하더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담배를 사는 청소년들도 있다. 국내법상 인터넷 담배 거래는 불법이지만 필리핀 등 외국에 본사를 두고 우편으로 담배를 부쳐주는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서 만난 사람과 직거래를 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최초 흡연 연령이 낮아지는 것을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육대 간호학과 신성례 교수는 “늦어도 중1 때부터는 금연 교육과 함께 흡연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