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틀간 지속된 인터넷 대란을 겪은 뒤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지난 2000년부터 정부의 모토가 돼버린 ‘IT 강국’이라는 단어의 실상을 파악함과 동시에 국내 IT업계에 대한 불신감이 자리잡은 것.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평가다.
현재 인터넷 각 게시판에는 “반도체 많이 만드는 것을 IT로 착각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쓰기 위해 손발만 바빴지, 머리는 놀고 있었다” 등등 자조적인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구체적으로 업체를 비난하는 사례도 많다. 현재 전문가들이나 업계로부터 가장 큰 지적을 받고 있는 곳은 이번 사건의 발단인 KT. 지난 25일 당시 KT가 대처만 빨리 했더라도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으리라는 분석이다.
국내 보안업체와 정부도 비난의 대상이다. SQL서버 문제라는 것을 인식한 게 사건 발생 후 10시간이나 지난 시점이다. “과연 국내에는 보안 전문가가 있느냐”는 반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국민 대처방안’이라며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켜라’고 정통부가 발표한 내용은 아예 놀림거리다. 또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터넷 웜은 해외에서 최초 발생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뒤늦게 발표한 내용도 웃음거리다. “인터넷으로 돈 벌 생각만 했지, 제대로 시스템을 갖출 의지도 머리도 없다”는 것.
또 국내에 SQL 서버가 도대체 몇 대나 팔렸는지 통계조차 내지 못해, 그 피해 규모를 짐작조차 못하는 국내의 현실도 비아냥의 대상이다.
어쨌거나 이번 인터넷 대란은 국내 IT 업체 전반에 냉소와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됐다.
한편 이번 웜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12만여대의 컴퓨터를 감염시켰으며 국내의 경우 27일 오후 3시를 고비로 진정기미를 보였다.
미국 <CNN>은 인터넷 보안업체인 시맨텍을 인용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컴퓨터 웜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2만2천여개 이상의 서버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으며 영국 <BBC>와 일본 <교도통신>은 이번 ‘전자 공격’은 ‘인터넷 강국’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한국의 피해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