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대에서 신입생 대상 글쓰기 수업을 하는 강사 이모(31)씨는 학생들의 과제물을 볼 때마다 난감하다. 항상 “학술적으로 써달라”고 강조하지만 으레 과제물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무 이성적이다’‘그냥 일단 쓰고 보련다’‘참 거시기 하다’처럼 수준을 의심케 하는 표현이 난무한다.
이씨는 “1,000자가 넘는 글이 한 문단인 경우도 있고, 문단의 처음 한 칸은 띈다는 원고지 작성법의 기본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채팅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 익숙해서인지 ‘마니’(많이) ‘모든지(뭐든지)’ ‘묵여 있던(묶여 있던)’처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표현이나 심지어 이모티콘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틀린 글쓰기’가 심각하다. ‘디지털 세대’의 잘못된 글쓰기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은커녕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도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7일 각 대학에 따르면 연세대는 신입생 사이의 글쓰기 수준 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판단, 내년 1학기부터 신입생을 기초·중간·고급 반으로 나눠 수준별 글쓰기 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성대는 지난해 글쓰기 첨삭 지도용 전용 프로그램을 개발, 국어·작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과제물을 온라인에서 지도하고 있다. 서울대는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면서 2003년부터는 온·오프 글쓰기에 관한 상담 및 ‘리포트 작성법’ 등에 관한 워크숍을 열고 있다. 숙명여대도 6년째 ‘의사소통개발센터’에서 글쓰기 상담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5일 개최한 ‘제1회 대학국어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 대학 최명옥(국문과) 교수는 “객관식 위주의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독서와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못한 탓에 대부분 학생들은 분명한 글을 쓰지 못하거나 질문의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며 “다른 것 필요 없이 문단 하나만이라도 똑바로 쓰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글쓰기 교육을 완전히 새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화여대 한수영(국문학) 강사는 “글쓰기 교육의 초점이 맞춤법이나 어법 같은 기술적 문제에만 맞춰져 있다”며 “생각하는 훈련을 함께 하지 않으면 ‘국화빵’ 같은 기술자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