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튼 스쿨 등 영국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independent school)들의 학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연간 8만파운드(1억4800만원)를 버는 고소득 가정도 장학금 혜택 없이는 자녀를 입학시키기 벅찬 경우가 있다고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23일 보도했다.
토니 블레어(Blair) 전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Cameron) 보수당 당수, 찰스(Charles) 왕세자 등을 가르친 에릭 앤더슨(Anderson) 이튼 스쿨 교감은 지난 5년간 사립 학교들의 학비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평균 31% 폭등했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 사립 기숙학교의 학비는 연 평균 2만~2만6000파운드(3700만~4800만원), 기숙학교가 아닌 학교들도 1만파운드(1850만원)에 육박하면서 중산층 가정에선 자녀를 이들 학교에 보낼 엄두를 아예 못 내고 상류층 가정마저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회사 할리팩스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낼 여유가 되는 직업은 CEO(최고경영자), 기업체 중역 등 13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돼온 장학금 혜택을 중산층과 상류층 학생에게도 베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많은 사립학교들이 장학금 지원의 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버밍검에 있는 명문 사립 킹 에드워즈 스쿨은 과거 연소득 4만2000파운드(7770만원) 이하인 가정에만 지원해온 장학금을 6만8000파운드(1억2600만원) 이하인 가정에도 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베드퍼드 스쿨도 중산층 학생을 끌어안기 위해 기숙사비를 지원할 수 있는 가계소득 최대치를 6만5000파운드(1억2000만원)로 상향 조정했다. 1년 학비가 2만6490파운드(4900만원)인 이튼 스쿨에선 8만파운드(1억4800만원)를 버는 가정의 자녀들에게도 장학금 혜택이 주어진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