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05년 부결된 헌법의 대안으로 추진 중인 조약을 둘러싸고 영국에서 국민투표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영국 야당 보수당, 영국독립당에 이어 집권 노동당의 지지계층인 일반노조(GMB)와 철도•해운•교통노조(RMT)도 EU 조약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고 영국 BBC가 23일 보도했다.
EU는 유럽 통합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EU 헌법을 추진했다가 실패하자 부결 위험이 있는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미니조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GMB와 RMT는 새로운 EU 조약이 2005년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EU 헌법안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며 국민투표를 거쳐 조약을 받아들일지 반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 문제를 논의하는 적절한 방법은 하원과 상원의 구체적인 토론”이라며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에서 이 조약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결 위험이 큰 국민투표를 택하는 정치적 부담에서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대해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예비내각 외무장관은 이달 초 “과거의 모든 기준으로 볼 때 국민투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정부가 내용을 알 수 없는 개정된 EU 조약을 ‘비밀리에’ 추진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영국독립당도 정부가 국민에게 결정권을 줘야 한다며 조약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