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영국 ITV1의 노래 경연대회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고르지 못한 이, 불룩 나온 배, 낡은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무대에 섰다. 영국 웨일스의 한 도시에서 휴대전화 외판원으로 일하는 폴 포츠(Paul Pottsㆍ36·사진).
심사위원인 사이먼 코웰은 ‘희한한 사람이네’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여성 심사위원인 아만다 홀덴이 “무슨 노래를 준비했느냐”고 묻자 폴 포츠는 “오페라를 부르려고요”라고 짧게 말했다.
이른바 ‘비호감’의 외모와 달리 곱고 아름다운 폴 포츠의 음색은 심사위원은 물론 영국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감동시켰다. 또 역경을 딛고 살아온 그의 인생 역정은 가슴에 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폴 포츠가 데뷔 앨범 ‘원 찬스(One Chance)’를 발매했다. 이 대회 결승전에서 부른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준결승전에서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 스패니시 버전의 ‘마이 웨이(My Way)’ 등 총 10곡을 수록했다. 영국에선 이 앨범으로 UK 차트 1위로 직행했고 예상 수치보다 세 배나 많은 30만 장 이상이 초도로 발매됐다.
대회 우승 이후 영국의 주간지 더 선과 방송사 BBC 등은 벼락스타 폴 포츠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을 소개했다. 그는 아내 줄리 앤과 사는 평범한 가장이지만 오페라 가수가 꿈. 1998년 영국의 한 노래자랑에서 오페라를 처음 부른 후 자신감을 갖고 유명 오페라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밤낮으로 모은 돈을 들고 이탈리아로 오페라 유학을 떠났다. 2000년 우상인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직접 만나 그 앞에서 다른 10명의 학생들과 노래해 앙코르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2003년 맹장염으로 입원했다가 양성 종양이 발견돼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졌고 같은 해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로 쇄골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어 2년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을 못하자 3만 파운드(한화 약 5천500만 원)의 빚도 진 상태였다.
불행을 딛고 일어나자는 생각에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음악도 다시 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원서를 넣었고 1천350만 시청자 앞에서 우승을 차지해 스타가 됐다. 유튜브에서 9일 만에 1천만 명이 그의 영상을 시청해 사상 최고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폴 포츠는 “내가 좋아하는 곡들로 앨범을 만들 기회가 주어진 건 큰 영광”이라며 “음악은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열정을 제공했고 그런 음악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정말 놀랍다”고 소감을 전했다.
데뷔 앨범 발매와 함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위한 ‘2007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 출연 기회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