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부정적 보도로 일관해온 영국 더 타임스 신문이 이번에는 “지나친 친미성향”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을 방문 중인 반 사무총장과 11일 인터뷰를 한 이 신문은 “개인적으로 그는 솔직하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지적이고,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고, 그의 언어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어휘들로 중무장돼 있다”고 칭찬한 뒤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신문은 새 사무총장이 유엔서 친구들은 사귀어왔으나 “그가 영향력을 가지고 있나”라고 반문한 뒤 “반 사무총장이 미국에 너무 기울어 있고, 유엔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 보좌관들에 포위돼 있으며, 어려운 이슈들을 헤쳐나가는 결단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친미성향을 드러내는 실례로 이 신문은, 반 사무총장은 수 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외교관을 유엔 최고위 정무직에 임명했고, 취임 첫 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을 비난하는 데 나서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에 동조하고 있다고 신문은 열거했다.
미국의 외교관에게 자리를 빼앗긴 시에라리온의 외교관 제임스 조나는 더 타임스와 회견에서 “그는 미국인들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 내부 소식통들은 또 반 사무총장이 한국인, 미국인과 일할 때만 진짜로 편안해하고, 김원수 유엔 사무총장 특보가 사무총장 집무실에 너무 오래 붙어 있어 유엔 업무를 지연시킨다고 말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한 대사는 “주변에서 뛰어다니는 작은 한국인들이 너무 많다”고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9월 24일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와 유엔-아프리카 연합군을 받아들이도록 수단 정부를 설득한 것은 반 사무총장이 이룩한 공과라고 인정했다.
한편 더 타임스의 친미성향 비판에 대해 반 사무총장은 “이것은 절대로 공정치 못하다. 사람들은 내가 영국과 너무 가깝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모든 회원국과 매우 가깝다”며 “나는 길의 중간에 서서 모든 사람 가까이에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