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우경(30·사진)씨가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에 데뷔한다.
“큰 무대나 작은 무대나 노래하는 입장에서는 다 똑같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김씨는 9∼21일 중 6회에 걸쳐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역 만토바 공작으로 출연한다.
세계 7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로 꼽히는 로열오페라하우스는 성악가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한국인 성악가가 이 극장에서 주역 가수로 데뷔하기는 1991년 소프라노 조수미씨 이후 처음이다.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은 꼽추 리골레토의 순진한 딸 질다를 농락하는 호색한 역할이다.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이 바로 만토바 공작의 노래이다.
“‘리골레토’는 테너 입장에서는 매우 노래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김씨는 “전체 작품을 한 번 부르고나면 체중이 2∼3㎏은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토바 공작은 계급이 낮은 사람들을 경멸하고, 귀족계급의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농락하는 악역이라 그렇게 열심히 노래를 불러도 관객의 박수를 받기 힘들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리골레토’는 2003년 한국에 수입됐던 영국인 연출가 데이비드 맥비커 판이다. 왕정의 부패상과 계급 갈등을 전면에 배치한 맥비커 연출 ‘리골레토’는 나체로 등장하는 남녀를 출연시킨 파격적인 난교파티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씨의 상대역인 질다는 이탈리아의 소프라노 파트리치아 치오피, 리골레토는 독일의 베이스 바리톤 프란츠 그룬트헤버가 맡았다.
한양대 성악과와 독일 뮌헨 국립음대를 졸업한 김씨는 2002년 바르셀로나 비냐스 콩쿠르에서 1위, 2004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했다.
독일 드레스덴 젬퍼 오퍼의 전속 가수로 활약하다 7월로 계약기간이 끝나 프리를 선언한 그는 1월에는 세계 3대 오페라단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라트라비아타’의 주역 알프레도역으로 데뷔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김씨를 주목할만한 성악가로 지목하며 “매력적이고 힘 있는 목소리”를 지녔다고 칭찬했다.
김씨는 “동양인으로서 서양 작품의 역할을 하려니까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며 “아직도 배울 게 많아 노래 부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