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이미지는 국민이나 기업의 이미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트라가 산업정책연구원에 의뢰, 지난해 11월부터 금년 1월까지 21개국 2,809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국가브랜드 맵의 일환)를 조사한 결과, 한국 정부에 대한 선호도는 5점을 기준으로 평균 3.31점으로 국민(3.62점) 기업(3.55점)보다 낮았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 호감도는 3.67점으로 국민 정부 기업으로 세분했을 때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정부 이미지의 상대적 저평가에 대해 코트라의 이창현 국가브랜드 관리관은 “북한 핵, 분단국가, 시위와 파업 등이 외국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어 한국 정부의 이미지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코트라가 2005년 9월 발표한 ‘국가 이미지 현황 및 시사점’(70개국 5,287명 대상)에서 분야별로 정치적 안정 부문이 49점(100점 기준), 외국 및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이 49.1점으로 낮게 나온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의 정치상황이 불안정하고 한국 정부가 폐쇄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최근 한국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국가들의 한국 선호도가 낮았고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에서는 한국 선호도가 높았다는 사실이다.
대만의 경우 한국 정부 선호도는 2.98점, 한국 국민 선호도는 2.84점 등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돼 한국의 대 대만 단교조치 및 친중국 외교에 대한 배신감이 아직도 깊게 자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다만 한국과 대만간 경제교류나 무역 때문에 기업 선호도(3.25점)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필리핀 등에서 한국 선호도가 낮게 나온 것은 현지 골프장에서의 캐디 폭행사건, 섹스 관광, 오만한 행태 등 해외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어글리 코리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외교부 김재신 아태국장은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의 경제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해서 우리가 함부로 행동하는 것까지 용인하지는 않는다”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여행객들이 품격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훗날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달리 세계 경제의 신흥 강호인 BRICs 국가들의 한국 선호도가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는 이들 시장에서 ‘Made in Korea’가 통할 수 있다는 사인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국가 이미지 홍보나 투자를 전략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한국 제품가격 인식도와 국가 선호도를 교차 분석해보면, ‘한국 제품도 좋고 한국도 좋다’고 인식하는 국가는 인도 중국 프랑스 브라질 이탈리아 등이고 제품 선호도보다 한국 선호도가 높은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베트남 등이었다.
한국은 비교적 선호하지만 한국 제품은 싸다고 인식하는 나라는 러시아 영국 태국 일본이었고 양쪽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국가는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었다.
이 조사 결과를 문화부가 2003년 발표한 ‘문화를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전략 보고서’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 가치’ 분석과 비교해보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느냐는 시사점이 부각된다.
11개국 3,011명을 대상으로 한 2003년 연구조사에서 인지도와 이미지 가치(국가 이미지+국민 이미지)가 모두 평균 이상인 국가는 베트남과 중국이었고 두 가지 모두 평균 이하인 국가는 미국 영국이었다.
인지도는 낮지만 이미지 가치가 높은 나라는 태국 브라질 파나마 등이었다. 두 연구조사의 대상과 방법이 동일하지 않지만, 4년 전에 비해 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인식이 나빠졌고 브라질은 인지도, 제품 가격, 국가 선호도 모두 좋아졌다는 경향성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대만에 대해선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하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대해선 국가와 국민 이미지 개선과 한국산의 고급 이미지 부각에 주력해야 하는 등 국가별로 국가 이미지 홍보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인도 중국 프랑스 브라질 등은 한국도 선호하고 한국제품도 고급으로 인식하는 만큼 현 상황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며 러시아 영국 태국에 대해선 한국 선호도를 한국제품의 고급화 이미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