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나 의리는 없다. £500의 유혹 때문에…”
광고나 영화 선전에 등장하는 문구가 아니다. 지난해 성탄절을 전후해 영국경찰이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사상 최초로 내건 포상금 £500(한화 1백만원 상당)를 타기 위해 남편, 부인, 친구, 친지, 이웃 혹은 직장동료를 음주운전(drink-driving)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1천700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범죄신고접수기구인 크라임 스토퍼(Crime stoppers·범죄방지자)는 2001년에 비해 음주운전자 신고전화가 240%나 증가했다고 지난 주 발표했다. 이 신고로 인해 51명이 운전 정지처분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 대부분은 국민안전과 법 준수를 이유로 신고했으며 극히 일부만 현상금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1회성으로 시행하려던 이 현금지급 신고전화가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 ‘연중무휴’ 적용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현상금을 타기 위해 펍 혹은 식당 등에서 술마신 후 운전하는 사람을 찾아내 신고하려는 ‘전문사냥꾼(pub bounty hunters)’을 만들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민간단체 ‘음주운전 반대캠페인’(Campaign Against Drinking and Driving)의 부회장인 제숍씨는 “이 현금지급 신고전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불법으로 규정한 음주운전을 하려는 불법자들 뿐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1993년 당시 21세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제숍씨는 “해마다 500∼600명의 귀중한 인명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죽게 된다. 따라서 £500의 현상금으로 인해 모두가 조심한다면 좋은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부인이 직접 신고해 남편이 형사처벌까지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을 신고한 여상은 “남편으로부터 이 제도가 나쁘다는 얘기를 수십 번째 듣고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본인 혹은 남을 죽이기 전에 운전면허 취소, 벌금 그리고 운전대를 잡지 못하는 고통을 남편이 먼저 경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간절했다”며 “여하튼 내 남편에게 내가 신고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한 남성 음주운전자는 운전금지 처벌을 받았는데 음주운전시 본인 사망 혹은 승객 사망으로 징역형을 받을 경우 직계 가족의 경제적 생활이 완전히 망가질 것을 우려해 가까운 친척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