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무슬림들의 ‘명예살인’이 급증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영국 법원은 11일 이혼한 뒤 가족이 원하지 않는 남성과 교제한 딸 바나즈 마흐모드(사망 당시 20세·사진)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마흐모드(52)와 그의 동생(51)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 외에 다른 4명이 살인과 사체유기 등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2명은 해외로 도피했다. 이들 피의자에 대한 형량은 이달말 확정된다.
마흐모드는 지난해 버밍엄의 한 주택가 뒷마당에서 장화 끈으로 목이 졸려 여행가방에 구겨져 넣어진 채 발견됐다. 집에서 150마일 떨어진 장소였으며 숨진 뒤 3개월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부친 등 피의자들은 마흐모드가 중매로 결혼했다가 이혼한 뒤 이라크 출신이 아닌 남성과 교제하거나 너무 서구화됨으로써 가문에 불명예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명예살인’이었다.
쿠르드족 출신의 마흐모드 가족은 1998년 영국으로 이주해왔으며 이주 당시 마흐모드는 11세였다. 마흐모드의 아버지는 그녀가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는 등 너무 서구화됐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구타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반발해 그녀는 가출했다가 살해 위협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친의 살해위협에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겠다고 물러섰지만 지난해 1월 교제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명예살인’이 영국에서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늘고 있는데 있다. 180만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지난 10년간 25명의 여성이 무슬림 친척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100건의 ‘명예살인’ 사건에 대한 영국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런던 소재 ‘이란과 쿠르드 여성들의 권리기구’에서 일하는 다이애나 남미는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늘면서 이런 일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내 일부 무슬림 공동체는 여전히 엄격한 이슬람법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매년 세계적으로 5천건의 명예살인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 검찰은 “명예살인은 빙산의 일각이며 수많은 납치와 투옥, 폭력 등이 ‘명예’의 미명 아래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