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LA에 사는 박상진(40·사업)씨는 얼마 전 고국을 찾아 동생 가족과 식사를 한 뒤 깜짝 놀랐다. 식당에서 저녁 한 끼 먹는 데 무려 40만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1인분(150g)에 5만원인 소갈비였다. 갈비 5인분에 술과 식사 비용을 합하니 40만원이었다. 서울보다 양이 많은 쇠고기 1인분에 25달러(약 2만3000원)인 LA 최고급 한식당을 생각했던 박씨는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LA에선 요즘 1인당 14.99달러(1만4000원)에 쇠고기를 맘껏 먹을 수 있는 식당까지 등장한 판이다. 박씨는 “LA 할인점에서 갈비 1파운드(453g)에 4~6달러인데 서울에서 그 정도 양이면 30달러가 넘는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달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5명 전원이 서울의 쇠고기 값이 비싸다고 답했다. 그래서 KOTRA에 의뢰해 해외 주요 도시와 가격을 비교해 보니 서울의 쇠고기 값이 LA·파리·베이징 등의 3~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할인점에서 파는 쇠고기 등심 최상급 1㎏은 25달러(약 2만3000원)였지만, 서울 할인점의 최상급 등심은 ㎏당 9만3900원(약 101달러)으로 LA의 네 배 수준이었다. 런던·파리·시드니 등에 비해서도 서울의 쇠고기 값은 세 배 이상 비쌌다. 쇠고기 일반품 역시 서울의 판매 가격이 다른 도시의 세 배 수준이었다. 도쿄의 경우 쇠고기 최상급의 값은 서울보다 비쌌지만 일반품은 서울보다 쌌다. 일본의 쇠고기 최상품은 특별한 방식으로 키운 것으로 비싸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쇠고기값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물량이 부족한 데다 유통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쇠고기값은 특히 최근 2~3년 새 많이 올랐다. 광우병 때문에 2004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수입 쇠고기 시장의 60~70%를 차지하던 미국산 쇠고기의 빈자리를 호주·뉴질랜드산이 충분히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산 쇠고기값은 2003년 ㎏당 6914원(호주산 냉동 불고기 기준)에서 지난해 1만450원으로 올랐다. 외국산 쇠고기값이 오르자 덩달아 한우값까지 수직 상승했다. 2003년 ㎏당 5만8494원이었던 서울 지역의 한우 등심은 지난해 7만3148원으로 껑충 뛰었다.
쇠고기 가격 상승엔 복잡한 유통 구조에 따른 큰 폭의 유통 마진도 한몫했다.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중간 판매상들이 유통 마진을 늘린 것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간 수집상·도축장·가공장·판매점 등을 거치며 덧붙여진 유통 마진은 소값의 39.3%에 이른다. 2002년 22.9%에 머물렀던 유통 마진이 공급 부족을 틈타 매년 커지고 있다. 또 웬만한 고급 식당에선 최종 판매 가격의 두세 배에 쇠고기를 팔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나광식 연구위원은 “같은 쇠고기라도 산지 가격과 서울 판매점에서 파는 가격이 최고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며 “쇠고기 수입처가 다양해지면서 수입 물량이 늘고 유통 과정이 투명해지면 쇠고기값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