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영국박물관 한국실 로비갤러리에서 백남준 추모 사진작품전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임영균(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백남준 선생님 덕분에 꿈에도 상상 못했던 영국박물관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사진작가 임영균(51·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씨가 런던 영국박물관 한국실 로비갤러리에서 백남준 추모사진작품전을 열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씨의 판화 8점과 함께 임 교수가 1980년대 뉴욕에서 찍은 백남준 선생과 작품 사진 4점이 영국박물관 벽에 걸려 있다. 과거 유물들을 전시하는 영국박물관에서 현대 작가의 작품전이 열리기는 드문 일이다.
영국박물관의 초청을 받아 18일 작품 설명회를 한 임 교수는 백남준씨에 대해 “너무나 단순하고 순진무구한 분”이라며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상상력을 지닌 천재였다”고 기억했다.
임 교수는 1982년 뉴욕 휘트니미술관 백남준 전시회 때부터 2000년까지 20여년 동안 백씨를 자주 만났고 친하게 지내면서 사진을 찍었다. 백씨가 세상을 떠난 후 임 교수는 작년 9월 뉴욕의 2×13 갤러리에서 백남준 추모 사진전을 열었고, 작품 사진 중 42점을 골라 추모 사진집도 냈다.
이번 영국박물관 전시회에는 1984년 1월 1일 뉴욕타임스 일요판에 실린 임 교수의 출세작 ‘텔레비전 모니터 속 백남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백씨의 설치작품 ‘TV 부처’와 퍼포먼스 ‘TV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 1986년 아시아올림픽을 기념한 퍼포먼스 ‘바이 바이 키플링’을 담은 사진도 선보인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미국에 유학 가 뉴욕대학원을 졸업한 임 교수는 인물 사진이 장기다. 백남준씨 외에도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 시인 조병화·서정주, 김영삼 전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그는 숱한 인물사진들을 찍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들과 작업했지만, 임 선생처럼 내 맘에 들게 찍은 사람은 없었다”고 백남준씨로부터 칭찬을 받았다는 임 교수는 “인물 사진은 찍기 전에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사진전은 연말까지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