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과도 같다.” 유엔아동기금의 사무차장이 아프리카의 에이즈 사망자 통계를 앞에 놓고 했다는 말이다.
해마다 검은대륙의 남부에서만 200만명에 육박하는 희생자는 이미 지역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를 크게 능가하고 있다. 에이즈 때문에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아동들만 6백만∼1천만명까지로 추산되는 실태다. 게다가 서구의 예방 지원은 항상 ‘쥐꼬리’만큼도 안 되는 수준이다.
1985년 <자이언트>의 명배우 록 허드슨이 뼈만 남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10년 전에 이미 미국 상원 청문회는 2010년쯤 지구 최악의 에이즈 환란이 닥칠 것으로 예견한 바 있고, 근년 들어 CIA, 기업연구소(AEI) 등이 곧 중국과 인도에서 수천만 명에 달하는 감염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급격한 사회변동과 도시화, 그에 따른 성매매, 마약 증가가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된 국립보건원의 통계는 작년 한 해 감염자 2천명 돌파에 그 중 이성 간 성접촉 감염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돌아보면 동성애자들만 에이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이성애자들은 어느덧 80년대보다도 후퇴한 불감증 상태에 빠져 있었다.
1년에 두 배씩 증가하는 독초가 있다고 할 때 연못의 4분의 1을 점령하는 데 100년이 걸렸다면 이제 연못 전체를 점령하는 데는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10월 국립보건원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85년 국내 첫 에이즈 발병 당시 100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 데 5년이 걸렸으나 이제는 4개월로 대폭 단축됐다”고 경고한 것도 비슷한 이치다.
특히 9세 이하 아동은 물론, 10대 청소년들도 감염자가 10∼30명에 달하고 있고, 그보다는 노년층의 ‘실버 에이즈’가 심각한 상황이다. 확인된 감염경로는 속칭 ‘묻지 마 모임’, 해외 매춘관광, 시골 티켓다방 같은 비정상적인 ‘일탈’이 원인이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민간단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병은 접촉감염이기 때문이다. 효과가 증명된 예방법 활용, 무엇보다 책임의식!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