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단체로 맞아야 하는가?
영국 보건부가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을 막아주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학교 접종 계획을 입안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어날 조짐이라고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지난달 24일 보도했다.
보건부 자문기구인 백신-면역공동위원회(JCVI)가 국립의료원(NHS)의 재정 지원을 받는 단체접종안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부 고위 관리들은 소녀들이 성생활(sexually active)을 시작하기 전인 12~13세가 최적의 접종 연령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일부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논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
이들 학부모는 우선 조기접종이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성생활을 조장하고, 성생활 시작 적합연령에 대한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보건부가 실시한 학부모 상대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이 HPV에 들어보지 못했고, 암과의 상관 관계를 알지 못한다며 ‘무지’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조기 접종이 불러올 결과에 걱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의학계는 가다실 접종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영국 암 연구소의 알렉스 마크햄 소장은 예방접종이 자궁경부암을 4분의 3 가까이 줄일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 다시 말해 성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여성에게 접종돼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압력단체인 ‘전국가족캠페인’ 관계자는 “최적의 나이가 언제냐는게 유일한 문제”라며 “12살은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의문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제기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오히려 접종이 소녀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 전에 성 생활을 조장하고, 부추기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의심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가다실은 미국의 일부 주에서 이미 도입됐고, 영국에서도 올해 승인돼 현재 일부 부모가 개인병원에서 딸들에게 접종시키고 있다.
단체접종안이 채택되면 학교 간호사에 의해 2~3차례에 걸쳐 가다실 접종이 실시된다. 효과는 10년 정도 지속된다.
정부의 재원 마련도 장애물이다. 할인이 적용되고, 매년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는 여성 2천800명에 대한 치료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는 크지만 어쨌든 3회 접종에 241.50파운드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로서는 가다실의 효과를 체크하기 위해 접종 후 최소 15년간 지속적으로 검진을 실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