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쪽이 연일 재벌과 일부 언론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새 정부의 또다른 국정운영 기조를 예고했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14일 검찰이 타워팰리스 분양 문제를 내사한다는 보도를 두고 “비판이 아닌 욕설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을 확인·검증 없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과연 언론의 정도냐”며 <조선일보>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당선자 쪽이 문제삼은 보도는 <조선일보> 14일치로 검찰의 타워팰리스 빌딩 분양사업 내사 이면에 인수위가 시공사인 삼성을 옥죄려는 의도가 작용한 듯하다는 해석을 붙인 것이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13일 모리 요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서청원 대표의 만남 뒤 “모리 전 총리가 ‘노 당선자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반미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대사관에 확인 결과 모리 전 총리가 그런 언론보도를 접하고 우려했지만 노 당선자 등을 만난 결과 안심했다는 게 ‘실체’라는 이야기다.
노당선자 쪽은 이에 앞서 12, 13일에는 김석중 전경련 상무의 ‘새 정부는 사회주의’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삼아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비슷한 기조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노당선자 쪽의 이런 기조는 일차적으로 일부 세력에 의한 ‘새 정부 흠집내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 관계자는 “첫 여야 정권교체였던 김대중 당선자 시절에도 적대적 세력들이 몇달간은 관망했으나, 지금은 하루의 틈새도 주지 않고 노무현 정권을 흔들려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노당선자 쪽은 또 재벌과 일부 언론 등의 ‘의도적인’ 정권 흔들기에 대해서는 눈치를 보거나 무원칙하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초기에 권력 핵심부가 일부 보수세력에게 당근을 제공하면서 협력을 기대했지만 결국 참담한 수세에 몰리게 됐던 전례도 참고할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