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알-카에다 고위 조직원이 9.11 미국 테러와 스페인 마드리드의 열차 폭탄테러에 버금가는 대규모 테러를 계획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영국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이슬람교 개종자인 디렌 배럿(34)이라는 이 남성이 영국내 고급 호텔과 템스강 하부를 지나는 지하철, 히드로 고속열차 등에 방사능 물질이 들어있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설치, 연쇄적으로 폭발시키는 공격안을 계획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런던 울위치 크라운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배럿은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테러를 계획한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신문은 또 배럿이 미국 뉴욕에 위치한 금융기관을 사전답사해 비디오에 담아 왔다면서 9.11 사태가 발생하기 5개월 전 녹화한 테이프에는 세계무역센터(WTC)에서 폭발음 소리를 내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가 WTC 폭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에드먼즈 로슨 검사는 전날 재판부 판결을 앞두고 열린 심리에서 “그의 계획은 영국과 미국에서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최소 수백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예고 없이 살해하는 것이었다”며 “그는 자동차 연료탱크를 폭파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런던 북서부 지역 출신인 배럿은 수차례에 걸쳐 파키스탄을 방문, 알-카에다의 고위지도자를 만나 영국의 지하주차장에 가스와 폭발물로 채운 리무진 3대를 주차시킨 뒤 터뜨리는 ‘리무진 프로젝트’를 하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영국 당국이 파키스탄에서 압수한 컴퓨터에는 버클리, 사보이, 하야트 칼튼 타워 등 런던의 최고급 호텔의 인터넷 사이트 주소와 워털루, 패딩턴, 킹스 크로스 등 대규모 역내 주차장 시설에 대한 자료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확인돼 이 곳들이 테러 목표물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건물을 비롯해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시티그룹, 뉴어크의 푸르덴셜 빌딩도 구체적인 목표물 중 하나였다고 로슨은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배럿이 원래 힌두교 신자였으나 20세 초반에 이슬람교로 개종했으며 점차 극단주의 교리에 빠져들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1995년과 1999년 파키스탄 카슈미르 인근지역과 필리핀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자신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사용을 위해 런던에서 스완지까지 갔다 온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