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싼 가격과 외국 합작기업의 기술을 앞세워 이미 많은 종목에서 한국을 따돌렸다. 무협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수출이 천만달러 이상인 9백4개 수출 상품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인 품목은 53.5%(4백84개)이다. 46.5%(4백20개)는 중국이 이미 앞서 있다. 한국에 비해 평균 30% 안팎의 강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품질과 기술 수준 격차가 거의 없는 것들이다. 플라스틱 완구와 저가 섬유는 이미 중국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국내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이라 해도 브랜드만 한국 것일 뿐 거의 중국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가전제품도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경쟁력 열세 판정을 받은 상태이다. 중국은 전세계 텔레비전의 36%, 에어컨 50%, 복사기 60%를 생산해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최대 가전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일본의 가전매장에서 조차 일본산보다는 중국 제품이 더 많이 눈에 띌정도다. 다만 핸드폰·디지털 텔레비전을 비롯한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는 아직도 한국 기술이 5년 가량 앞서 있다. 중국 시장에서 상당히 고가에 팔리는 데도 인기가 좋다. 중국으로부터 전기 전자 제품 수입은 매년 47% 이상씩 증가해 지난 10년 동안 32배나 늘었다. 가죽제품·의류·신발·완구 수입 또한 매년 30% 이상씩 늘고 있다.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지 못한 국내 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아직까지는 한국이 경쟁력 있는 품목이 더 많지만, 머지 않아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휴대 전화처럼 한국이 경쟁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품목(68개)보다는 중국(1백39개) 쪽이 따라잡는 품목이 더 많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계류 등이 중국이 경쟁력을 점점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한·중 수교 이후 계속 상승하던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998년 10.7%를 정점으로 찍은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1년에는 9.6%까지 내려갔다. 경쟁력 있는 품목이 더 늘어나지 않는 한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라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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