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전 국민들의 DNA를 이용해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인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침을 밝혀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지난달 23일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전날 과학수사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DNA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람들은 가능한 한 최대가 돼야 한다”며 “중대한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제한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DNA 데이터베이스는 살인자나 강간범과 같은 흉악한 범죄자를 잡는 데 도움을 줘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경찰들은 범죄 수사에 DNA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찰은 2003년 경찰 수사를 위해 개인의 DNA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이래 현재까지 총 인구의 약 6%에 해당하는 3백60만명의 DNA를 채취, 보관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4월에는 경찰이 일단 체포한 사람의 경우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매월 약 3,500명의 DNA를 새롭게 수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범죄자 대부분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인권단체와 야당인 보수당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의 DNA를 국가가 기록·보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회 투표도 요구했다.
다미안 그린 보수당 내무성 대변인은 ‘멍청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경찰에 방대한 시민들의 DNA가 기록돼 있고 이것이 파기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보관되는 형편”이라며 “DNA의 사용 조건을 의회에서 승인받는 절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영국 정부에서는 누구에게도 DNA 채취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며, DNA 제공에 대한 판단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