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잭 스트로 하원지도자가 “이슬람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혀 영국 내 이슬람 사회가 들끓고 있다.
외무장관을 역임한 스트로(사진)는 6일 BBC 라디오 4의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규정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베일로 가림으로써 공동체 관계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슬림이 전체 주민의 25∼30%인 블랙번을 지역구로 둔 스트로는 “공동체는 거리를 오가며 만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비공식적인 우연의 관계를 통해 부분적으로 결속된다”며 얼굴 표정을 보는 것은 사람들 사이 접촉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은 여성의 선택”이며 자신이 부탁을 하는 것이지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서 그는 한 지방신문에 실린 칼럼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 의원실을 방문하는 무슬림 여성 유권자에게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지 요청했으며, 지금까지 여성 유권자들은 이 부탁에 응했다고 밝혔다.
영국 내 이슬람 사회의 미묘한 문제를 건드린 그의 발언 후 일부 이슬람인들은 이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의 발언 후 공교롭게도 리버풀에서 한 백인 남성이 인종차별적 욕설을 해대며 이슬람 여성의 베일을 찢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쟁중지연맹의 회원 70명은 7일 스트로의 지역구인 블랙번에서 그의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를 가졌다.
맨체스터 전쟁중지연맹의 나헬라 애시라프 회장은 “우리는 그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23년 동안 무슬림 지역구의 의원으로 활동한 후 얼굴의 천이 지역구민과 의원 사이 상호작용을 막는다고 말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리버풀이슬람연구소의 모하메드 아크바르 전 회장은 “리버풀 사건은 주저할 것 없이 바로 잭 스트로의 탓”이라며 스트로는 이슬람 사회를 좀 더 잘 알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슬람인권위원회는 스트로의 의견이 “놀랍다”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보수당의 올리버 레트윈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입으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독트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베일로 인한 주민 사회의 분열 가능성을 언급한 스트로의 우려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